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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뚫은 17세의 '폭풍상승' [최다빈 피겨 싱글 동계아시안게임 金]

含閒 2017. 2. 27. 10:33

한계 뚫은 17세의 '폭풍상승' [최다빈 피겨 싱글 동계아시안게임 金]
주니어땐 최고 '연아키드'.. 그러나 표현력 부족해 슬럼프
우상 연아 언니가 충고해줬다 "시선 처리 이렇게 해봐"
올해들어 개인 최고기록 경신 또 경신
전문가 "심리적 문턱넘어, 성장 기대"
최다빈 "김연아 선배의 격려가 큰 힘"출처 조선일보|윤형준 기자|입력 2017.02.27 03:05|수정 2017.02.27 10:10

'피겨퀸' 김연아 이후 한국에는 수많은 '연아 키드'들이 뜨고 졌다. 최다빈(17·수리고)도 그중 한 명이었다. 주니어 땐 경쟁력을 보였지만, 성인 무대에선 우승이 없었다. 그렇게 그는 조용히 묻힐 수도 있는 선수였다. 그랬던 최다빈이 단숨에 '평창 기대주'로 성장했다. 최다빈은 25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싱글 부문에서 총점 187.54점(쇼트 61.30점, 프리스케이팅 126.24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 중국의 리쯔쥔(175.60점)과는 10점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 피겨 사상 동계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다. 김연아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적이 없다.

최근 최다빈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지난 16일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총점 182.41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더니, 열흘도 안 돼 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정가연 국장은 "지난 4대륙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심리적인 문턱을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안소영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표현력이 점점 좋아지고 심리적 자신감도 붙었다. 평창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최다빈의 금메달은 야구로 비유하면 '대타 끝내기 결승 홈런'이나 마찬가지다. 당초 최다빈에겐 삿포로 출전권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최다빈은 5위에 그치며, 김나현(2위)과 박소연(4위)에 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1위 유영(13)은 나이 제한(만 16세 이상 출전) 때문에 출전권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소연이 발목 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하며 기회가 왔다. 최다빈은 극적으로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한때 '연아 키드'의 대표적 선수였다. 2005년 피겨에 입문했고, 2007년엔 '김연아 장학생'으로 뽑혀 장학금도 받았다. 최다빈이 재학 중인 수리고는 김연아의 모교이기도 하다. 최다빈은 2015~16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개의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 초반 두 차례 나선 성인 그랑프리에선 최고 7위에 머물렀다. 점프 기술은 안정적이었지만, 부족한 표현력이 발목을 잡았다.

김연아의 조언이 최다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큰 힘이 됐다. 김연아는 은퇴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 태릉 선수촌을 찾아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사공경원 전 빙상연맹 부회장은 "연아가 다빈이에겐 개인 경험을 토대로 연기 동작·시선 처리 등에 대해 족집게 강의를 해준다"며 "그 덕에 다빈이도 이제는 음악을 이해하고 느끼는 표정이 나온다"고 했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김연아 선배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최다빈은 오는 3월 말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간다. 이 대회도 원래 출전권을 갖고 있던 김나현이 발목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대신 나가게 됐다. 이 대회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최다빈이 10위 안에 든다면 한국은 여자 싱글에 2명을 출전시킬 수 있다. 그 이하 순위면 1명만 나간다.

현실적으로 최다빈에게 세계선수권 10위는 쉬운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사공 전 부회장은 "최다빈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계를 넘어섰다"며 "어린 선수들은 한번 불이 붙으면 어디까지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