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69) 부회장의 자살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검찰과 롯데 양측 모두의 입장이지만, 과연 이인원 부회장의 주검 현장에서 발견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 대해선 검찰과 롯데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 이인원 부회장이 26일 오전 7시10분쯤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소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넥타이를 이용 나무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 상태로 지역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에 비자금은 없다’고 유서를 통해 호소했지만, 일단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가신(家臣)이었고 2인자로 알려졌다. 이런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 비자금이 없었다고 죽음으로서 호소하지만 롯데그룹에서 그간 보여왔던 이인원 부회장의 충성심으로 볼 때 검찰의 입장에서는 이인원 부회장의 호소보다는 검찰 자체의 수사 결과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난관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이인원 부회장이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롯데 신격호 총회장을 비롯한 신동주, 신동빈 등 롯데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총체적으로 알고 있을 핵심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인원 부회장이 사망했다 해도 황각규 사장 등 임원들을 다시 줄소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인원 부회장 장례식까지는 이들을 소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인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하려 했던 수사 방향의 설정은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원 부회장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사장 등 임원들을 곧바로 소환해서 다시 조사에 들어가겠지만 이인원 부회장이 주장했던 데로 황각규 사장 등 임원들 역시 비자금 문제에 대해 부인할 것은 당연하다고 검찰은 생각하고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회장의 경우 건강을 고려해본다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원 부회장이 사망한 상태에서 신격호 총회장의 소환이 불가피해보이지만, 신격호 총회장이 워낙 고령인데다 현재 알려진 지병,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인원 부회장이 없는 신격호 총회장의 수사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그룹 내 2인자로 불리웠다. 그런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앞둔 2시간 전에 싸늘한 주검으로 타인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이 밝힌 이인원 부회장의 사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인원 부회장은 26일 오전 7시10분쯤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소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넥타이를 이용 나무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고, 이를 목격한 주민은 당시 이인원 부회장은 목을 맨 넥타이 등이 끊어져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변사자는 롯데그룹 부회장의 명함,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으나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했다. 최근 행적 등을 확인해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운동을 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소재에 거주하고 있던 이인원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94) 시절부터 신동빈 회장(61)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재까지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형제의 난 당시 이인원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이인원 부회장은 당초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은 물론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까지를 포괄하는 이른바 ‘형제의 난’ 당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면서 2인자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이인원 부회장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지내다 2007년에는 롯데쇼핑 소속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에는 정책본부장 직책을 맡으며 부회장에 올라 오너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직위에 올랐는데 이는 이인원 부회장의 남다른 경영능력과 롯데가(家)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