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란(32·KGC인삼공사)은 “옆에서 보기에 짜증 날 정도로 김연경에게 많은 일이 몰렸다”고 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6일 열린 리우 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3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연경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김연경이 통역 업무까지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배구협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회 일정이 끝난 후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져 귀국한 사실, 심지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김치찌개 회식’을 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배구협회는 재빠르게 해명했다. “AD카드 없이는 경기장이나 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다. 직원이 리우에 간다고 해도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 또 통역을 따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배구협회의 무능과 무심은 근본적으로 재정난에서 기인한다. 전임 회장 시절 서울 도곡동 배구회관 건물을 무리하게 매입하면서 막대한 재정 손실을 봤다. 대표팀 지원이 부실해지는 건 당연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 만에 메달을 노렸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의 기량이 정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지원이 있었다면 여자배구 대표팀은 메달을 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에선 한국 여자배구의 답답한 현실만 드러났을 뿐이다. 2년 전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환하게 웃었던 선수들이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는 그마저도 먹지 못한 채 해산했다.
안팎의 비난이 이어지자 배구협회는 25일 비로소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대표팀 회식을 실시했다. 선수들이 귀국한 지 5일 만이었다.
김원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