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역도> 윤진희, '8년 만의 올림픽'서 값진 동메달(종합)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선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가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에 기록했다.
이 체급은 인상에서 101㎏을 들어 올림픽 기록을 세운 중국의 리야쥔이 용상에서 실격 처리되면서 윤진희가 행운의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금메달은 인상 100㎏, 용상 112㎏, 합계 212㎏을 든 쉬스칭(대만)이 차지했고 디아스 하이딜린(필리핀)이 합계 기록은 200㎏(인상 88㎏, 합계 112㎏)으로 은메달을 땄다.
기적의 동메달…‘부부 역사’ 윤진희-원정식 “당신이 있었기에”
리우데자네이루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입력: 2016년 08월 08일 07:35
수정: 2016년 08월 08일 11:03더 이상 운동을 하기 싫었다. 올림픽 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니 남은 미련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힘들었던 운동을 그냥 놓고만 싶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53㎏급 은메달리스트 윤진희(30)는 2012년초, 그래서 역기를 내려놨다.
은퇴를 선언했고, 대표팀에서 만난 후배 원정식(26)과 결혼을 했다. 예쁜 두 딸 라임이(4)이와 라율이(2)도 낳았다. 아내로, 엄마로, 주부로 행복하게 살던 윤진희는 2014년 말, 다시 역기를 잡았다.
남편은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했다. 경기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남편은 아내가 아까웠다. 충분히 더 멋지게 선수로 뛸 수 있는데 포기한 아내의 노력과 재능이 아까웠다. 남편은 재활을 시작하며 “나와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고민 끝에 다시 역기를 잡았다.
2015년에 공식 복귀한 윤진희는 꼬박 3년을 쉰 공백을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섰다. 그리고 드라마 같은 감동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단 남편 원정식은 경기 내내 숨죽여 지켜보다 메달이 확정되자 포효했다. 고생한 아내를 뜨겁게 안아줬고, 윤진희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로, 아내로 살다 동시에 선수로도 돌아온 ‘주부 역사’ 윤진희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기적처럼 시상대에 올랐다.
윤진희는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2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급에서 인상 88㎏와 용상 111㎏을 들어올려 합계 199㎏을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의 리야쥔과 대만의 쉬스칭이 금메달을 다투는 가운데 윤진희는 필리핀의 디아즈 하이딜린에게 뒤져 4위로 밀리는 듯했지만, 인상에서 101㎏을 들어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이 용상에서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하면서 극적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인상 100㎏·용상 112㎏으로 합계 212㎏을 든 쉬스칭이, 은메달은 합계 기록 200㎏(인상 88㎏·용상 112㎏)을 든 하이딜린이 가져갔다.
8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오른 느낌은 매우 달랐다. 2008년 베이징에서 곱슬거리는 짧은 커트에 앳된 얼굴로 시상대에 올랐던 스물셋 아가씨는 이제 긴 머리를 질끈 묶고 한국에 두고 온 두 딸 생각에 눈물 짓는 서른살 엄마가 되었다.
시상식을 마친 뒤 “6차 시기를 모두 들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인상을 너무 못해 실망스러웠다. 포기하지 않았더니 하늘이 메달을 주셨다”고 다부지게 말하던 윤진희는 남편과 딸들 이야기에 눈가가 붉어지더니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기쁨의 눈물이다”고 다시 웃으며 “지난해에 부상 때문에 포기하려 했을 때가 있었는데 남편이 ‘포기하고 싶으면 하되 끝까지 좀 더 힘을 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해 나도 힘을 냈다. 나보다 더 최선 다해서 정말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고 경기에 나설 남편 원정식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윤진희는 현재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해 부상을 당해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면서 수술을 미룬 윤진희는 이제 귀국하면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그런 상태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아내가 안쓰럽고 자랑스러운 ‘4살 연하’ 남편 원정식은 “수고했다고 안아줬더니 우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아내가 너무 아까웠다. 복귀해서도 아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여주면 아내도 힘을 내겠다 싶어 더 열심히 했다. 결국 해내줘서 고맙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남편의 차례다. 원정식은 9일 밤 남자 69㎏에 출전해 두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남편은 말했다. “그룹B에서 경기하지만 오늘 아내가 해냈듯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도 힘을 내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올림픽이 끝나고, 리우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부부 역사’는 아빠와 엄마로 돌아간다. 원정식은 아빠와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두 딸 라임이, 라율이를 향해 말했다. “엄마처럼 아빠도 잘 하고 갈게. 올림픽 끝나면 우리 같이 물놀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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