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재단 "10억엔과 소녀상은 별개 문제"(종합)
이사장 "피해자 할머니 대부분 동의"…괴한에 봉변당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피해자 대부분이 재단 설립에 찬성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피해자 할머니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단체가 재단 출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화해·치유 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이사회 첫 회의를 열고 재단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오전 11시 현판식을 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사장은 재단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일한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이사진은 김 이사장을 포함해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 등 준비위에 참여한 각계 인사 10명으로 꾸려졌다.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정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당연직 이사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재단은 정관상 이사를 최대 15명까지 둘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추가 선임도 검토할 방침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어떻게 지원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재단은 피해자 직접 수혜 사업과 추도를 위한 상징적 사업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하되 직접 수혜 사업의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할 방침이다.
사업비는 일본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10억엔(약 107억원)으로 충당하지만 출연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재단은 10억엔을 모두 피해자 지원에만 쓰기로 하고 임대료·인건비 등 부대비용은 별도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대한 질문에 "합의내용을 봐도 소녀상과 10억엔은 전혀 별개다. 소녀상과 연계해 10억엔이 오느냐 아니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 방향에 대해 "재단 설립 목적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그 외의, 목적이 아닌 곳에는 돈을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재단 명칭에 포함된 '화해'는 "할머니들과 역사의 화해도 되고 (재단에) 반대하는 분들과도 화해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는 것은 치유가 될 수 없다. 저희가 성의를 다해 다가섰을 때 그분들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용서가 화해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설립은 지난해 12월28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간 합의의 결과다. 두 나라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자금을 일괄 거출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피해자와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합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화해·치유 재단에 맞선 '정의기억재단'을 지난달 발족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재단은 피해자 대다수가 재단의 취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피해자 할머니 37명을 일일이 만나 의견을 들었다며 "반대하는 분이 많지는 않았다. 그분들도 언젠가는 저희와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신원 미상의 남성이 이동하던 김 이사장의 얼굴에 캡사이신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리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이사장은 병원으로 옮겨져 진단을 받고 있다.
정대협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재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합의 무효화를 주장했다. 또 김 이사장이 재단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대학생 20여 명이 간담회장을 점거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등 재단 출범을 둘러싸고 시종 어수선한 상황이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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