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고착의 자유이동
산 강 시집 제4작품집 출간
출판사 : 도서출판 천우
제 목 : 고착의 자유이동
가 격 : 8,000원
저 자 : 산강 김락기
발행일 : 2012년 4월 28일
분 량 : 144면
‘형이상학’적인 美가 돋보이는 시집
2012년 4월, 산강 시인의 네 번째 작품집이자 시집인 『고착의 자유이동』이 출간됐다. 2010년 『독수리는 큰 나래를 쉬이 펴지 않는다』 이후 일 년 반 만에 새로운 작품들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그동안 건강한 삶의 미학(문무학), 관조로 꽃피운 절정의 미학(정귀래), 어제와 내일이 만나는 곳,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시인(이승우), 존재의 심연을 바라볼 줄 아는 깊은 눈길을 지녔으며(오정국), 오감으로 습득할 수 있는 영역과 오감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적 세계를 두루 섭렵한 시인(김준)이라는 등의 평가를 받아온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서 ‘형이상학’의 美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제1부 ‘길에게 묻는다’, 제2부 ‘성자의 손’, 제3부 ‘격자창 가에 앉아’, 제4부 ‘잘디잔 것이 경건하다’, 제5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등 총 5부로 이루어진 시집 『고착의 자유이동』은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그 본연의 모습을 찾아내는 시인의 고찰이 한껏 담겨 있어, 그동안 간과하고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의 새로운 감동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승우 문학평론가는 이런 산강의 시에 대해 “이번 시집에서도 산강의 화두는 여전히 ‘흔들림’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는 홀로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것들, 즉 고착된 것들에게 부여되는 자유란 애초에 방관자적인 ‘흔들림’을 거부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하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러나 ‘어디서 보았는지 모르는’ 그 광경들에 여전히 손짓하고 있는 산강의 언어는 그래서 오늘날 더욱 숙연하고 각별하다.”고 평해 시에 대한 산강 시인의 집중과 그의 언어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번 작품집의 제목이자 서시인 「고착의 자유이동」은 시인이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사숙고하고 다듬어 내놓은 작품인 만큼 그가 이번 시집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에 이 작품은 “스쳐 지나가는 미미한 삶에 ‘흔들릴 뿐’인 화자의 시선은, 자연의 순호(純乎)가 가지는 또 다른 ‘흔들림’과 운명적으로 조우한다.”는 평을 받음과 동시에 “현실이라는 세상에 뿌리 내리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순간, 그 장소를 온 생애에 걸쳐 담아 두지만, 결코 그 본질이 가지는 내일은 한곳으로 정체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시인은 오월이면 날리는 진노란 송홧가루에서부터 자그마한 휴대폰 속에 담겨진 피리 부는 소년, 그리고 삭아버린 이뿌리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우리 앞에 다시 내놓았다.
이수화 시인은 수록 작품 「치아 CT 영상」에 대하여 “CT 영상에 나타난 사실적인 치아의 자기모멸적인 혐오상 표현도 또한 적확하고 솔직하다. 삶의 개결성에 대한 과학적인 성찰의 미학이 성취된 보기 드문 인체 제재의 서술시가 아닌가 한다.”라고 평했다.
이런 산강 시집 『고착의 자유이동』을 통해 독자들은 더 이상 자신이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 아닌 매일이 새롭고 신비로운 나날을 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집 『고착의 자유이동』 중에서
고착의 자유이동
가령 그 흔한 나무 하나를 보자
아카시아는 평생을 한곳에서만 살고
솔도 제 땅에서만 지나새나 사는 것은
오월, 새하얀 꽃향기 너울과 진노란 송홧가루를
천지사방 어디든 날릴 수 있기 때문
장좌불와長坐不臥
그 속에 펼쳐지는 기나긴 만행
봄 내음의 색감
잔잔한 봄비 밤새 내린 날
산 계곡에 푸르스름한 이내가 뜨다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져 엮은 터널
너설의 황개나리, 이우는 생강나무꽃
산녘은 일제히 연초록으로 차오르다
저녁 어스름, 돌아가는 솔밭길
달빛이 솔 그림자를 흔들며 어르다
산벚꽃마저 드러낸 허연 속살
백목련 꽃잎 널브러져 서글픈
할미꽃 무덤 옆을 휘휘 지나다
온통 옅게 펴오르는 색감 속으로
아련한 사연들이 빛화살처럼
잊혀진 날의 마이크로필름에서
꿈꾸듯 무시로 영사映寫되다
격자창 가에 앉아
한겨울 해질녘 고궁, 격자창 가에 앉아
쌍화차 한 잔에 취해
낭만의 세상 갈피를 미리 넘겨본다
창살 밖
천 년 고목의 터버린 겉껍질 틈바구니마다
하마 희부옇게 눈뜨는 새순들
텅 빈 뒤뜰
한 줄기 스산한 고추바람쯤이야
방울새는 좀작살나무를 요란스레 흔들어 깨우고
장명등 홀로 봄밤맞이 불 켤 준비에
설레고 있다
잘디잔 것이 경건하다
서캐보다 더 잘게 맺혀 있는 깜장 씨알들
한가위 보름달을 한 아름씩 태몽하고
늦가뭄 속 안간힘 다해 만삭이 된 피어린 몸줄기
목말라 마르다 못해 억센 잡초마저
타버리는 된비알 뙈기밭
노랗게 질린 밥풀만 한 꽃이 피고 진 끝에
모질게도 이어가는 막바지 목숨줄
경건한 미물, 쇠비름 씨알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길 가다 언뜻 스쳐 지난 사람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경우가 있다
차창 밖 비끼는 거리 풍경 한 컷이
오래도록 마음자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분명 처음 보는 그 광경 속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건만
언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농밀한 판타지
아주 잠시 잠깐의 신비체험 같은
전생에 어떤 연분일지도 모르는 그리움
내생에 펼쳐질 일단의 조짐일지도 모르는 궁금증
밤마다 하늘에 무시로 뜨고 지는 별들처럼
수도 없는 거리를 한량없이 오가는 사람들
무슨 처절한 사연이 있기에 비록秘錄처럼 간직한 채
착시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엄밀한 업業의 얼개
기시감旣視感
치아 CT 영상
앙상한 이빨
내 해골의 이빨
죽인 치아신경
삭아버린 이뿌리
금니 크라운까지
변설辯舌의 입술 속에 숨겨진 치부恥部
아, 그러고 보니
치장된 몸속 곳곳에 숨겨진
눌어붙은 삼독 찌꺼기들
한 세기도 살둥말둥한 보통사람
미리 보는 저 사후의 모습
앙다문 아래윗니빨
그로테스크한 가면의 현생
성자의 손
산소를 개장할 때 묘토를 파는 풍수의 삽질에는 새벽빛이 묻어든다 홍대를 걷어내고 오래된 음택에서 수습되는 유골에는 흙 군둥내가 배어 있다 주검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염사殮師의 매조지에는 아가페 향기가 그득하다 천 도 고로에서 태워져 나온 한 줌의 몸 잔해를 분골하여 함에 쓸어 담는 비질에는 허무가 죄 부스러져 내린다 산골묘원에서 두 유골함을 봉안당에 함께 안치하는 묘지기의 손길에는 석양빛이 감싼다 거칠고 거무스레한 그들의 손길이 닿는 데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빛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빛에 휩싸여 이생을 마무리 짓는 미다스의 손은 경건하고 존엄하다
그 손의 주인은 다 시골성자의 보통 얼굴이다
고물
차라리 한 조각의 고물이 되리라
버려져 발길에 채는 쇳조각에 불과할지라도
차라리 한 장의 폐지가 되리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지스러기에 불과할지라도
보아라
기왓골처럼 주름진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
리어카에 가득 실어오고 있다
막바지 몸부림이 목숨줄을 이어가듯
이승에 남은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촛불 하나
꺼버릴 수 없다
위험한 차선을 넘어오는 최후의 노병들
이제 아는가
저 도솔천의 저승새가 아무리 오라 울어도
여기 그대로 한 조각 고물이 되리란 걸
만설滿雪
누가
이렇게 조건없이
모든 것을 용서해본 적이 있는가
희디흰 보혈송이로
온 세상을 뜨겁게 덮어주는
만설의 품사위같이
● 산강 (山堈, 山江) 詩人
▪ 본명: 김락기(金洛琦), 경북 의성 출생
▪ 문청 시절 : 봉산蓬蒜문학회 동인 활동 및 단대신문 제7회학술·문학상(시조) 수상
▪『시조문학』(시조 부문) 등단
▪『문학세계』(시 부문) 등단
▪ 제4회 세계문학상 시조 부문 대상 수상
▪『시조문학』창간 50주년 기념작품상 수상
▪ 세계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상벌위원
▪ 시조문학문우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 시조문학진흥회 회원, e_SLC(상록문학클럽) 회장
▪ 대구고·단국대 법대 졸업
▪ 서울대공기업고급경영자과정 수료
▪시 집『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고착의 자유이동』
▪ 시조집『삼라만상』
『독수리는 큰 나래를 쉬이 펴지 않는다』
'기분좋은 일(開心的事兒)'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암 최정간 '한차 문명의 동전' 출간해 '눈길' (0) | 2012.06.26 |
---|---|
지훈문학상 오정국 시인 (0) | 2012.05.03 |
최경환 의원의 당선을 축하합니다. (0) | 2012.04.12 |
'남산 2배' 1000억대 숲 기부 (0) | 2012.04.09 |
제19대 한국백화점협회 회장에 신세계 박건현 대표 선임 (0) | 2012.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