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가도의 심은자물우(삼도헌의 한시산책 206)

含閒 2012. 3. 16. 10:22

 

가도의 심은자물우(삼도헌의 한시산책 206)

 

 

조선 이불해 <예장소요도>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네)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스승은 약을 캐러 갔다고 대답하네.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다만 이 산 속에 있으련만,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서 간 곳을 알길 없구나.

 

 

자구풀이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감.

尋(심) : 찾다. 隱者(은자) : 학식이 높으나 세상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

童子(동자) : 은자를 모시는 동자. 제자들.

言(언) : 말하다. 여기서는 '대답하다'의 뜻.

藥(약) : 여기서는 약초(藥草)의 뜻이다.

只(지) : 단지. 다만.

雲深(운심) : 구름이 짙게 깔림.

不知處(부지처) : (스승이) 계신 곳을 알지 못하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깊은 산속의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풍경을 읊은 당나라 가도의 시 한 수를 소개합니다.

찾아간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광경을 위의 시에서는 동자와의 대화형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구름과 소나무 등이 나타내는 의미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여유있고, 신비스러움을 자아냅니다. 이런 삶은 궁극적으로 세상과 등진 사람들의 삶의 여유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삶속에서 여유를 찾아본다는 것은 어쩜 오늘날 잡사에 쫒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듯 합니다. 위의 그림은 조선시대 이불해의 <예장소요도>입니다. 깊은 숲속에서 자연을 벗삼아 소요하고 있는 모습이 오늘의 시와 닮아서 올려 보았습니다. 우리도 이 그림과 시를 음미하면서 여유를 찾아봅시다...

 

 


가도(779-843)

 

가도는 중국 중당(中唐) 때의 시인으로 자는 낭선(浪仙)이고, 지금의 허베이성[河北省]안의 판양[范陽]에서 출생했으며,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실패하고, 중이 되어 무본(無本)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뒤에 韓愈(한유)에게 그 시재를 인정받고 환속하여 변변찮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였습니다. 일찌기 <鳥宿地邊樹, 僧敲月下門>의 句를 얻어, 推자로 할 것인지 敲자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해 몹시 애를 먹었다는 일화가 있고, 그래서 지금도 시문을 다듬는 것을 推敲(퇴고)라고 합니다. 그는 말하기를 "하루 시를 짓지 않으면 마음이 말라 붙어 낡은 우물과 같이 된다"고 했습니다. 시집은 <長江集> 10권이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