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명복을 빌지맙시다’를 읽고
(중앙일보 2011년 6월 3일자 게재된 코메디닷컴 이성주 대표이사의 글)
글 제목이 눈에 띄어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코메디닷컴이라고 해서 먼저 글쓴이를 찾아보았더니 희극의 ‘코미디’가 아니고
‘코리아메디케어’의 약어로 ‘코메디’라고 하네요
국내 유명신문의 의학담당 기자를 역임하셨고 미국 유명대 보건대학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셨고, 현재 ‘코리아메디케어’대표이사이시더군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하루에 43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다고 함) 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워 이 글을 쓰신 이대표께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특히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의 자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하는
취지의 내용 저 또한 100% 공감합니다.
또한 고인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네티즌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 정리해 봅니다.
먼저, 저는 최근 몇년간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영가들의 극락 왕생을 위해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의 ‘生과 死’라는 칼럼)
이대표께서는 고인의 수치심을 덜어 주는 명복을 비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자살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이대표님 주장대로 고인의 명복을 빌지않으면 자살이 줄어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법으로라도 만들어야지요.
과연 자살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명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많으면 실행에 옮기고
적으면 자살하지 않을까요? 아주 정상적인 이대표의 입장에서야 그럴 지 모르지만
자살하는 사람은 언제 죽을까? 어떻게 죽을까? 등을 생각하지 죽고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명복을 빌어 줄까?를 과연 생각할까요?
또한 이대표께서 주장하시는 자살하는 사람은 정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도 공감이 갑니다.
그러므로 정신이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게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런 환자를 이대표께서는 ‘미성숙한 인격’, ‘비난받아 마땅한 무책임한 행동‘등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뒤가 좀 맞지않는 주장 같습니다.
암으로 죽은 사람도 비난받아야 합니까? 자살하는 사람도 똑같은 환자입니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죽은 뒤에 명복을 빌지 않는 것이 자살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지나친 발상의 도약이라 생각됩니다.
자살은 미래의 기회를 없애버리는 바보 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미워해서는 안되며, 난관을 극복하고 삶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예도 들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참고로 자살 관련 서적에서 요약한 자살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연애,
부끄러움과 중상모략, 명예와 군대규정, 희생적 자살, 명령에 의한 자살, 성실성과 믿음의
확산으로 인한 자살, 정치적 위기, 빈곤과 파산, 부당한 처우와 정신적 고통, 정신질환,
미신과 주술 등입니다.
저는 자살을 꼭 善과 惡의 개념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살하는 사람은
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클레오파트라,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반 고흐, 슈만, 항우, 굴원, 노무현 대통령,
행복전도사 최윤희부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돌아가신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 다시 살아난다해도 좋아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왜냐고요? 이승의 일과 저승의 일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고 믿어니까요. 예가 적당할 지 모르지만 회사의 잘못된 일로 집에 와서 화내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각론의 생각은 이대표님과 다소 다르지만 총론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은 똑 같습니다.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가집시다.
먼저 가신 슬픈 영가들이여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이승에서 있었던 가슴아픈 일 모두 잊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영탁아 다음 세상에서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
[시론] “고인의 명복을 빌지 맙시다”
[중앙일보] 입력 2011.06.03 00:30 / 수정 2011.06.03 00:51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탤런트, 대학생, 교수, 아나운서, 가수, 공무원, 운동선수…. 수많은 사람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사망 소식이 나오면 즉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코너가 문을 연다. 고인의 수치심을 덜어주고 명복을 비는 일은 유명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무서울 정도로 물어뜯다가도 당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물러선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명복을 빈다. 일부 나쁜 언론과 네티즌들은 그 사람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 대신 복수(復讐)에 나선다. 망자(亡子)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이 같은 문화가 자살을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이를 막으려면 명복을 빌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의학적으로 자살은 정신이 아픈 사람의 병적인 문제 해결방식이다. 우울증 환자의 충동적 자살은 우울증을 치유함으로써 예방해야 할 ‘의료 영역’이다. 그런 병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닥친 문제에 무릎 꿇고 자살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미성숙한 인격이 비정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누추해 보이는 삶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호주의 닉 부이치치는 유전병으로 닭발과 비슷한 모양의 작은 왼발 하나만 몸통에 붙은 채 태어났지만 ‘사지 없는 삶’의 대표로서 지구촌에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 독일의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는 두 발과 두 손이 엉덩이와 어깨에 붙은 ‘바다표범팔다리병’ 환자로 태어나 음악 애호가들에게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수많은 구족화가, 장애 스포츠인들이 주어진 삶 속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으로, 몸으로. 이처럼 난관을 이겨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 훌륭한 삶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누구도 스스로 삶을 팽개칠 정도로 자신을 미워하면 안 된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면 죄 값을 치르고 나서 이를 성실히 만회하면 된다. 세상에는 초기에 악행을 저질렀다가 나중에 상상할 수 없는 선행으로 칭송받는 사람이 숱하게 많다. 자살한 사람보다 자살의 유혹을 극복한 사람을 존경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자살한다고 해서 삶이 컴퓨터처럼 리셋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어렵다고 해도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고 감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수 있다. 자살은 이 같은 미래의 기회를 지금 없애버리는 바보짓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살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책임하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나 무책임하게 자신을 버리는 사람, 갑자기 망자의 편으로 몰려가서 산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 모두가 이런 문화의 장본인이다. 살인의 문화를 걷어내려면 망자를 무조건적으로 동정, 두둔, 지지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 그 첫걸음은 자살을 ‘비난받아 마땅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인지상정’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어금니를 깨물고 이성에 따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가 이것이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코메디닷컴에 게재된 내용을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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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
2011.06.03 05:55 | |
지역 미인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수경(25, 가명)씨는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글 실력도 좋아 작가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학업에 열중하고 싶다며 외국으로 돌연 유학을 가버렸습니다. 수경 씨는 충격으로 두문불출하며 술과 약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수경 씨 부모님은 작가라는 특성상 딸이 방에서 습작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모는 수경 씨를 정신과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킨 후에야 딸이 심한 우울증으로 주의 집중능력, 주의 지속능력, 판단력, 문제 해결능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 고등정신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의사는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으니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수경 씨 부모는 “조금 더 일찍 딸의 증상을 알았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탄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지금이라도 데리고 와서 다행이다”며 “자폐적 사고로 언제 자살을 시도할지 몰랐다”고 위로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진실 이은주 박용하 장자연 등 인기를 누리던 배우들, 그리고 아나운서 송지선, 인기가수 채동하 등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대부분 심한 우울증에 걸렸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일시적 충동으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이들이 유명스타가 아니었다면,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아니었다면 제때에 치료받아 지금도 사회활동을 했을 것입니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이로 인한 삶의 의욕상실을 나타내는 증상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치료를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하지만 방치하면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기도 합니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밤에 잠을 못이루는 불면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불안증세와 업무지장을 호소합니다. 3분의2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우울증은 실연, 부도, 과도한 경쟁 등 환경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지만 가족 중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발병률이 높아지는 유전적 요인도 있습니다. 친한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거나 급격히 몸무게가 줄고, 무기력감을 보일 때는 정신과 진단을 권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감기나 배탈처럼 가벼운 질환도 아니고 암처럼 중증의 불치병도 아닌 일시적인 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의 깨달음이 절실한 때입니다. 자살은 무조건 규탄할 악도 아니오, 삶이 힘들 때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도 아닌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인식전환이 그것입니다.
우울증 환자 10명중 8~9명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기존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우울증의 질병 부담과 치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5.6%(약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보의연은 또 현재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전 국민의 2.5%(약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정신과 등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29만명에 그쳤으며 특히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15만명(15%)에 불과했다고 보의연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확률이 큰 만큼 대책 마련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국내 자살기도자의 60~72%, 자살사망자의 80%가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었고 그중에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남용 환자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는 자살기도자가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의 환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의학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실질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치료, 자살기도자의 관리 등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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