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용광로 청년 향한 가슴 저미는 조사가 넷심을 울렸다

含閒 2010. 9. 9. 16:05

往生極樂하시길 빕니다.

 

용광로 청년 향한 가슴 저미는 조사가 넷심을 울렸다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가슴 저미는 조시(弔詩)가 ‘넷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쇠를 녹이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딛어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끄집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19시간 뒤에 연합뉴스의 짧은 기사를 통해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온 가슴 저미는 조시가 누리꾼 사이에 퍼저 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 ‘alfalfdlfkl’씨가 시 형식으로 작성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새벽시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29세 청년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누리꾼들은 시신의 흔적조차 없어 쇳물을 떠놓거나 유품으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면서 젊디 젊은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시를 퍼나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참 뭐라 적을말도 없이 참담하군요 비단 이분만이시겠습니까. 이름도 얼굴도 없이 스러져가는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요”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간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김씨가 추락한 높이 5미터의 작업장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사실과 선임자급만 용광로 위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유족측의 주장이 새롭게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개했다. 한 누리꾼은 “김씨는 피로가 몰려오는 새벽시간에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했던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10명의 근로자가 죽는 사고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나은 게 뭐냐?”라고 물었다.

 다른 누리꾼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월급 120만원 받고, 그나마 계약 끝나면 잘리고, 일자리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 차지가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조2교대 / 3조2교대 근무가 낳은 패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대조로 돌아가며 1년 365일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이미 곪아터질대로 터져버렸다. 하루에도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주말이라는 단어는 우리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없다.”고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흥미만을 좇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최영호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Lawyer_KOREA)를 통해 “신정환이 도박을 했건 댕기열에 걸렸건 온 국민이 알아야 하는건지…. 어제 용광로에 떨어져 뼈도 못추린 공장직원은 오늘도 보도되지 않을 것 같다”며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전한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김태호를 비롯한 청문회 낙마 인사들을 겨냥해 “이재오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으니 당신들도 국무총리, 장관 욕심내지 말고 눈높이 낮춰 용광로에서 10년간 복무하라”고 비꼬았다. 한 누리꾼은 최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사건을 빗대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나? 서른 예닐곱살 먹고도 무단결근하면 엄마가 대신 전화해주고, 온갖 특혜 받으며 5급에 붙은 돼지도 있던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애통해 했다. 

 

'용광로 추락사' 청년, '답시' 등장…"차라리 쇳물로 부활하라"

마이데일리 | 백솔미 | 입력 2010.09.10 16:56

 

[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지난 7일 충남 당진군 소재 모 철강업체에서 근무 중 용광로에 추락해 한 줌의 재조차도 되지 못하고 뜨거운 쇳물에 녹아버리고 만 한 청년의 명복을 비는 추모시 '그 쇳물 쓰지마라'에 이어 '답시'까지 등장했다.

10일 오전 9시 40분께 안센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차라리 쇳물되어'라는 제목으로 시를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당진 제철소 용광로에서 횡사한 노동 청년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그 쇳물 쓰지 마라'에 답시로 올립니다"라고 글도 함께 남겼다.

 
 
< 다음은 '차라리 쇳물되어' 전문 >

차라리 쇳물되어 / 나의 뼈 나의 살이여 / 나의 형제 나의 아들이여

난 구름사이 작은 햇살도 싫어했거늘 / 그댄 불덩이를 안고 살았고나

헛디딘 그 발판 다 녹여내고 / 묶지 못한 안전로프 다 태워라

그대 땀 용광로 녹슬게 하고 / 그대 피 한반도 물들게 하라

뼈도 가루도 못 찾는다면 / 차라리 쇳물되어 미소 짓고 부활하라.

인터넷을 통해 용광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 다음 청원 코너 아고라에는 ''용광로 청년' 추모동상을 만듭시다'라는 제목으로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9일 1000명을 목표로 시작된 이 서명운동은 이미 1000명을 넘어섰고, 10000명을 목표로 재설정해 10일 현재 4시 1716명이 참여했다.

용광로 사고 청년 '동상' 건립, 유족들 거절

머니투데이 | 박민정 인턴기자 | 입력 2010.09.13 13:42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작업 중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김모씨(29)의 유족이 동상 건립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상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민중미술 조각가 김봉준씨는 "11일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가 동상에 대한 유가족의 의사를 물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었으나 유가족에겐 부담스러운 것 같다. 유가족은 '회사와 협상도 끝났고 더이상 일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슬픔을 잊고 싶다'며 정중하게 동상 건립을 거절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조각가 입니다. 용광로에 떨어져 죽은 청년의 영혼이라도 달래고 싶다. 기금모금과 준비실무를 맡을 추진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글을 남기며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동상 건립은 불가능해졌지만 김씨는 한 청년의 죽음이 쉽게 잊혀질까 안타까워하며 "추모비라도 설립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봉준씨는 "이번 사고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전불감증 문제나 빨리빨리 문화가 산업재해를 유발하지 않는가? 청년의 얼굴이 꼭 들어가지 않더라도 작은 추모비라도 세워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새벽 1시께 작업 중 용광로로 추락사한 김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추모시 '그 쇳물 쓰지 마라'에 이어 답시 '차라리 쇳물되어'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고 '추모 동상 건립' 서명 운동도 진행됐다.

10일 오전 11시께 용광로에서 김씨의 시신 중 다리뼈, 대퇴부를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유해는 12일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어성정 공원묘지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