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23일 오전 3시30분께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초소에서 근무 중이었던 경비원은 갑자기 위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화단으로 이동했다. 그 곳에는 A양(17)이 쓰러져 숨져 있었다.
이 아파트 23층에서는 A양의 신발과 가방이 발견됐다. 학교생활을 비관하는 유서도 있었다. 투신 전 친구들에게 자살을 예고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5분께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곡역 내 승강장. 우울증을 앓고 있던 중학생 B양(16)이 역사에 진입하는 열차를 향해 선로로 뛰어들었다. 열차가 급정거를 한 덕분에 B양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지난 19일에는 부산에서 하루 동안 3명의 청소년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후 11시20분께 여중생인 C양(15)이 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C양의 가방안에는 '저 죽어요, 아빠 엄마 죄송해요' 라는 유서를 남겼다.
같은 날 오후 9시50분께에는 초등학생인 D군(13)이 부산 남구 용호동 한 아파트 33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날 오후 9시20분께에는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건물 신축 공사장 5층에서 고교생 E군(17)이 투신했다.
최근 초중고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아 '자살공화국'의 불명예를 갖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상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학생은 202명으로 나타났다. 전년(137명)에 비해 47% 급증한 수치다. 학생 자살자는 2005년 135명,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 등 지난 5년간 72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가운데 고교생이 140명(6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학생(56명), 초등학생(6명) 순이었다.
자살원인은 가정불화와 같은 가정문제가 34%(69명)로 가장 높았다. 또 ▲우울증·비관(27명·13%)▲성적비관(23명·11%) ▲이성관계(12명·6%) ▲신체결함이나 질병(7명·3%) ▲폭력과 집단 괴롭힘(4명·2%) 등도 있었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기타 분류자는 59명(29%)에 달했다.
김 의원은 "부모나 교사도 모르는 원인불명의 자살자가 29%나 된다는 것은 학생에 대한 자살예방책이 허술하다는 의미"라며며 "학생 자살은 대부분 충동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