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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한국 축구사에 뜻 깊은 일 해내 기쁘다"

含閒 2010. 8. 2. 08:53

최인철, "한국 축구사에 뜻 깊은 일 해내 기쁘다"

OSEN | 입력 2010.08.02 07:55 

[OSEN=우충원 기자] "여자축구 유망주 배출을 위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최인철(3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2010 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3~4위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에 슈팅수 8-0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득점없이 후반에 돌입, 4분 만에 지소연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공세를 이어갔고 아쉽게 추가골은 뽑아내지 못했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잘 마무리해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스위스(4-0)와 가나(4-2)를 연파하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해 멕시코(3-1)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독일에 1-5로 패해 결승행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콜롬비아를 꺾고 한국의 FIFA 주관대회 첫 3위 위업을 이뤄냈다.

동북고를 졸업한 뒤 건국대에서 프로 진출의 꿈을 키웠던 최 감독은 졸업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걸린 결핵으로 선수 인생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1998년 동명초 코치로 부임하며 여자축구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후 최 감독은 오주중, 동산정보고 등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또 지소연과 정혜인, 문소리 등 출중한 실력을 갖춘 제자들까지 길러내며 점점 여자축구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 19세 이하(U-19)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로 임명됐던 최 감독은 이듬해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로 승격해 2008년 U-19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에 이르렀고 세계 3위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던 최인철 감독은 뜻 깊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선수들이 정말 수고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다음은 최 감독의 일문일답.

- 3위에 오른 소감은.

▲ 대회기간 내내 여러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이 많은 발전을 이뤘다. 비록 독일을 상대로 참패했지만 선수들이 그 기억을 잊고 콜롬비아를 상대로 잘 준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되어 기쁘다. 독일에 온지 한 달이 되어가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다운됐는데 동메달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

- 골을 더 넣을 수도 있었다. 경기 내용을 평가한다면.

▲ 전반전에 패스워크는 실수도 적고 참 좋았는데 문전서 날카로움이나 세밀함이 부족해 좀 답답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좀 더 정확한 킥이 나오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선수들의 페이스를 감안했을 때 후반전에는 반드시 골을 넣을 것이라고 믿었다.

- 3위의 성적을 거뒀는데, 목표한 바를 이룬 것인지.

▲ 어느 대회이든 감독과 팀의 목표는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6년 만에 출전한 여자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최초의 3위 기록을 만든 것도 놀라운 결과라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고 못 이루었고를 떠나서 한국축구사에 뜻깊은 일을 해낸 것 같아 기쁘고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 지소연의 한국 최초 FIFA 주관대회 득점상 수상이 무산됐다.

▲ 비록 골든슈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런 큰 대회를 통해 한국에 지소연이라는 뛰어난 테크니션이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된 것은 선수 개인이나 한국 여자축구계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소연이의 기술이나 상황 인지 능력 등을 감안할 때 국내리그에 남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리그에 진출해 더 큰 목표를 갖고 발전을 이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일각에서는 한국 여자축구 저변을 감안할 때 U-20 여자대표팀이 '신화'를 이뤘다고 얘기한다.

▲ 한국 여자축구 환경이나 저변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는 너무 감사한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다소나마 여자축구에 대해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이고, 팬들도 생겼으리라 기대한다. 이번 대회가 더 많은 여자축구 유망주들의 배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년 동안 팀을 꾸리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 지금 이 팀을 맡아 첫 소집을 한 것이 2008년 8월 25일 가평에서였다. 그 때와 비교했을 때 선수들은 엄청 많은 발전을 이뤘다. 선수들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가장 아쉬웠을 때는 기술력 등에서 선수들이 스스로를 세계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서로를 격려하고 다그치면서 지금의 이순간을 만들게 되어 많이 뿌듯하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당연히 바로 지금이다(웃음).

- 한국축구사를 새로 썼다. 앞으로의 계획은.

▲ 남자축구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여자축구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3위를 이뤄낸 것이 상당히 자랑스럽다. 또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 또한 무척 영광스럽다. 앞으로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귀국하면 국내리그가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들도 체크하고, 당분간은 U-15세 여자대표팀등 유소녀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10bird@osen.co.kr

< 사진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슬프도록 아름다운’ 한국 여자축구 3위 위업

데일리안 | 입력 2010.08.02 08:55 

[데일리안 노성민 객원기자]





◇ 한국축구는 지난 1983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이후 FIFA 주최 대회에서 가장 좋은 3위의 성적을 올렸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대회에서 최초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독일 빌레펠트서 벌어진 'FIFA U-20 여자월드컵' 3,4위전에서 후반 4분 권은솜의 어시스트를 받은 지소연이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콜롬비아에 1-0 완승했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지난 1983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이후 FIFA 주최 대회에서 가장 좋은 3위의 성적을 올렸다. 물론 포항이 지난해 FIFA 클럽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이는 대표팀 대회가 아닌 클럽 대회.

이날도 골을 기록한 지소연은 득점부문 2위에 오르며 실버슈 수상과 동시에 최우수선수(MVP) 부문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까지 차지했다. 한국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브론즈볼을 수상한 바 있다.

지소연은 "내가 골을 넣은 날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3위에 올라 무척 기쁘다"며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세계적인 톱 플레이어들과 겨룰 수 있는 실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내세울 것이 없다. 아시아에서는 1975년 여자 아시안컵이 만들어졌지만 한국은 당시만 해도 "여자가 무슨 축구냐"는 비아냥거림이 대세였다.

'월드컵 4강'은 여자축구 20년 만에 최초이자 FIFA 주관 대회에서 여자 월드컵과 U-20 여자 월드컵, U-17 여자 월드컵을 통틀어서도 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보다 여자 축구를 훨씬 먼저 시작한 일본조차도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쾌거다.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것 자체만으로도 위업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독일 등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1년에 한 번 경기를 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현실에 있다. 독일 같은 팀을 상대로 자주 경기를 치러보고 경험을 쌓는다면 지소연을 중심으로 형성된 황금세대의 기량은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최상의 성적표를 받고도 눈시울을 붉힌 대회다.

비록 한국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 1-5 대패하긴 했지만 콜롬비아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최종 스코어는 1-0이었지만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전반 15분 김나래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받은 이민아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 포스트 오른쪽을 맞고 나왔고 이를 지소연이 달려들며 재차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7분 김나래의 프리킥도 골망 왼쪽 구석을 흔드는 듯했지만, 다시 콜롬비아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김나래의 수차례 프리킥이 콜롬비아의 골문을 두드린 반면 콜롬비아에게 단 한 차례도 슈팅을 내주지 않은 한국은 후반 4분 지소연의 선제 결승골로 앞서나갔다.

권은솜의 스루패스를 지소연이 수비 2명 사이를 빠져 들어간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약간 전진한 콜롬비아 골키퍼 옆을 꿰뚫는 골로 연결된 것.

이후 선제실점을 만회하기 위한 콜롬비아의 공세가 강화하면서 한국 쪽으로 일방적이었던 경기는 팽팽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막아내 한 골차 승리를 지켰다.

이어진 결승전에서는 독일이 알렉산드라 포프와 킴 쿨리크의 연속골로 나이지리아를 2-0 완파, 2004년 이후 6년 만에 대회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포프는 대회 10골로 지소연에 2골 앞서 골든슈와 함께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차지하며 개인으로서 최고 영예를 누렸다.

콜롬비아전에서 골을 넣으며 대회 8호골을 기록했지만 포프에 골든슈를 내준 지소연은 "득점왕에게 오르지 못한 것은 솔직히 아쉽다"면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그동안 뒷바라지로 힘들었던 엄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20세 이하(U-20) 여자 대표팀은 FIFA 페어 플레이상까지 받으며 쾌재를 불렀다. [데일리안 스포츠 = 노성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