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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16강을 위한 '전략'을 공유하다

含閒 2010. 6. 14. 09:42

허정무호, 16강을 위한 '전략'을 공유하다

베스트일레븐 | 김지은 | 입력 2010.06.14 05:00 

(베스트일레븐=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국가축구대표팀(이하 한국대표팀)이 그리스와의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 쾌승을 거두며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스전 승리의 이유로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이 빠지지 않고 내놓았던 답변이 "그리스를 철저히 분석했고 준비한 대로 실전에서 잘 진행됐다"는 것이었다. 결국 전술이 맞아떨어졌고 전술대로 경기를 잘 풀어나간 대한민국이다.

높이와 힘을 갖추고 세트피스에 강한 그리스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등 '전술'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전체적인 대회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대두되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그리스전이 중요한 까닭에 한국대표팀과 취재진 사이의 화제가 그리스전 대처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진 까닭이었다.

알다시피 전략과 전술은 다르다. 전략은 큰 목표를 정한 후 전체 판을 내다보고 큰 틀에서 계획을 잡는 것이며 전술은 전략대로 움직이기 위해 세부적인 상황과 변수에 대처하는 방안이다. 지금까지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화제로 올릴 때 그리스전을 이에 대한 시금석으로 여기고 그리스전 전술만을 논해왔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의 전략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던 셈이다.

한데 그리스전을 가진 전후로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의 입을 통해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위한 전략이 하나 둘씩 전해지기 시작했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전이 열리기 전날 가진 인터뷰에서 "그리스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위험할 수 있다"고 밝힌 뒤 "16강 진출은 나이지리아전에서 결정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목표 성패의 시점을 나이지리아전으로 보고 있는 데서 전략이라는 큰 틀이 엿보인다.

전략은 허정무 감독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서도 엿보인다. 그리스전 하프타임 동안 캡틴 박지성이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후반전에 골을 더 많이 넣어야 할 것이라며 동료들을 독려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수비수 차두리도 그리스전이 끝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전은 스페인과의 평가전대로 준비해서 실점만 하지 않아도 된다. 실질적으로는 나이지리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들 조별리그 마지막 순간까지 머릿속에 담아둔 반응이었다. 이는 허정무 감독이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까지 내다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알다시피 4년 전 2006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토고에 월드컵 원정 첫 승을 거두고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던 강적 프랑스를 상대로 비기고도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패하면서 16강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친 바 있다. 막판 판세까지 예상하고 잡기 힘든 프랑스가 아닌 그나마 우리가 해볼 만한 스위스에 좀더 무게 중심을 두는 등의 전략을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요컨대 당시 조별리그 탈락의 패인이라면 전략 수립의 부족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10월드컵에 나서는 허정무호는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와 조별리그의 큰 그림이라 할 수 있는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남은 상대들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라는 강팀들이라 섣불리 목표 달성을 논할 수는 없으나 허정무 사단이 전체적으로 전략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잡혀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축구가 진일보한 단면으로 해석 가능하다.

오직 팀 밖에 모르는, '바보' 박지성

조이뉴스24 | 입력 2010.06.14 08:34

 

< 조이뉴스24 >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바보'다. 오직 팀만 생각하고, 팀을 위해 희생만 한다. 오직 팀 밖에 모르는 박지성은 정말 '바보'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영광을 추구한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고 단체생활을 하지만 결국 이기적인 동물이다. 자신이 먼저고, 더 큰 영광을 누리기 위해 남들 위로 올라서려 한다. 하지만 박지성은 아니다. 개인적인 영광을 마음껏 누릴 위치에 서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항상 박지성에게는 팀이 먼저고 팀 밖에 없다.

박지성에게는 2002년, 2006년에 이은 세 번째 월드컵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에겐 마지막 월드컵이 될 지도 모른다. 박지성은 이미 "2010년 남아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지막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마지막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이다. 개인적으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없다. 박지성은 개인적인 영광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오직 팀이 정한 목표를 위해 전진할 뿐이다.

그리스전이 열리기 하루 전 공식인터뷰에 허정무 감독과 함께 참석한 주장 박지성.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박지성은 대답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목표는 단 한 가지다. 한국의 16강 진출이고 그 외에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팀만을 생각하고 나선 그리스전. 박지성은 후반 7분 환상적인 드리블과 절묘한 슈팅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그리스 수비수 공을 가로챈 후 폭풍처럼 질주했고, 수비수 2명을 가뿐히 제친 후 왼발로 슈팅, 골대 오른쪽을 갈랐다.

이 골의 의미는 크다. 박지성의 월드컵 역대 3번째 골이다. 2002년 포르투갈전, 2006년 프랑스전에 이어 2010년 그리스전에서 골을 넣었다. 3골은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에서 넣은 가장 많은 골이다. 3골을 넣은 박지성은 안정환과 함께 아시아 최다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이다.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은 한국에서 최초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최초다. 아시아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박지성이 해낸 것이다.

그리스전 후 만난 박지성. 아시아 최다골 주인공이 됐고 아시아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영광이 찾아왔다. 박지성도 분명 자신에게 찾아온 영광에 기뻐하고 큰 의미를 둘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대로였다. 개인적 영광은 팀의 영광 다음이었다.

박지성은 "개인적인 타이틀이 기쁘기는 하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먼저고 팀이 이기는 것에 도움이 됐다는 것에 기쁘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내며 이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힌 박지성. 그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박지성은 역시나였다. 그는 "일단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 그보다 우리팀이 좋은 결과를 냈고 좋은 경기 내용으로 이겨 기쁘다"며 개인적인 영광을 묻는 질문에 팀의 영광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개인적인 영광을 쫓기보다는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자신 혼자 빛나기보다 팀 전체가 빛나기를 바라는 박지성. 그는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