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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웃다] 이창동 "상이란 참 행복해…윤정희에게 고맙다" (인터뷰)

含閒 2010. 5. 24. 09:01

스포츠서울 | 입력 2010.05.24 06:55 | 수정 2010.05.24 08:31

['시' 웃다] 이창동 "상이란 참 행복해…윤정희에게 고맙다" (인터뷰)

 
[스포츠서울닷컴ㅣ칸(프랑스)=특별취재팀] "상이란…,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그지만 상장을 거머쥔 그의 얼굴에는 기쁨꽃이 만연했다. 23일(현지시간) 오후 7시 20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63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서 이창동 감독이 영화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후 리베라 극장 테라스에서 열린 포토콜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을 단독으로 만났다.

영화 '시'의 각본상 수상은 이창동 감독 개인에게도, 한국 영화계에도 의미가 깊다. 칸 영화제 63년 역사상 한국 작품이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을 받은 소감도 남다를 터였다. 이창동 감독은 "칸에서 상을 받다니 참으로 행복하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수상 직후 이창동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가족이었다. 그에게 가족은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영화 '시'의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줄곧 가족과 파리에 머물렀던 이 감독은 "수상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와 함께 칸으로 왔는데 각본상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으며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 깊숙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특히 미자 역을 훌륭히 소화해 준 배우 윤정희와 밤낮으로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상을 수여한 칸영화제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나를 각본상 수상자로 선택해 준 심사위원장 팀 버튼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칸이 나를 또 한번 즐겁게 만들어줬다"며 미소 지었다.

사실 '시'는 영화제 후반 가장 강력한 그랑프리 후보로 거론됐다. 황금종려상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창동 감독은 "'황금종려상'이 얼마나 어려운 상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이라는 것은 많은 요소가 작용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국내 언론들과 주변 사람들이 '황금종려상'을 기대해서 부담도 있었지만 각본상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창동 감독의 겸손한 소감에 윤정희도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시상식 후 함께 포토콜에 참석한 윤정희는 "영화의 기본은 극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 수상은 의미가 깊다"라면서 "내가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대표해 상을 받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칸과 이창동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2008년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에 여우주연상을 안기면서 전세계에 이름 석자를 알렸다.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칸 영화제 측의 깊은 신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감독 자격으로 칸의 초청을 받아 "역시 이창동"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짧은 인터뷰 후 외신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에 미소로 답한 이창동 감독은 약 5분간 포즈를 취한 뒤 배우 윤정희와 함께 프랑스 현지 언론과 동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이후 칸 영화제 수상자들이 갖는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한국 영화계에 칸 영화제 최초의 각본상을 안겨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지난 19일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후 칸 영화제 관계자들과 외신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손자의 잘못을 안 할머니 미자(윤정희 분)의 삶을 시라는 소재로 버무리면서 '죄와 구원'이라는 그의 일관된 영화주제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해낸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