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故한준위 아들 "아버지는 진정한 군인이셨습니다"

含閒 2010. 3. 31. 10:4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한주호 군인
생몰
1958년 ~ 2010년 3월 30일
소속
대한민국 해군, 준위
경력
2000년 대한민국 해군 준위 임관
1975년 대한민국 해군 하사 임관

순직 UDT대원 부인 "바쁘니 내일 전화하자더니"

연합뉴스 | 입력 2010.03.30 19:31 | 수정 2010.03.30 19:32 |

실전경험 쌓아야 한다며 청해부대 자원.."군인을 천직으로 여기던 사람"

(진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천안함 실종 장병 수색에 투입됐던 해군 특수전(UDT) 요원인 한주호(53) 준위의 순직 소식에 가족은 망연자실했다.

30일 오후 경남 진해시 자은동의 집에서 비보를 들은 부인 김말순(56) 씨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이 일요일(28일)에 올라갔는데 갈 때 얼굴도 못봤다"며 애통해 했다.

김씨는 "어제 2번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배에 들어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께'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 준위의 순직 소식에 동료들도 비통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와 함께 청해부대 1진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작전에 참여했던 해군작전사령부 최용수 대위는 "한 준위는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실전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청해부대 1진에 자원했다"며 "군인을 천직으로 여기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 대위는 "한 준위는 청해부대 1진에 파견된 문무대왕함의 스크루 이물질을 점검하는 선저 검사도 자신이 먼저 다이빙할 정도로 열성적인 군인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준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함수 부위에서 작업 도중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인근에 있던 미군 함정 '살보함'으로 이송, 1시간 30분가량 '감압챔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고 오후 5시께 순직했다.

한 준위는 지난 27일 작전 지원대 소속으로 백령도에 도착, 함수쪽의 인양작업을 맡았으며 29일에는 함수가 침몰된 위치를 표시한 부이를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함수 부분 함장실에 함내 진입을 위한 탐색줄을 설치하는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자녀가 있다.
한편 한 준위의 시신은 헬기편으로 진해로 이송돼 해양의료원에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아들같은 후배 한 명이라도… 바다에 몸바친 ‘참 희생정신’

구조작업 중 순직 고 한주호 준위
전역 앞둔 53세 베테랑장교… 아들 “말렸지만…”

경향신문 | 성남 | 경태영 기자 | 입력 2010.03.31 03:05 | 

"어제 두 번 전화했을 때 '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말했는데…."

30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 준위(53)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경남 진해시 자은동 집에서 비보를 듣고 헬기편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한 부인 김말순씨(56)는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보다 먼저 도착한 아들 상기씨(28·육군 1사단 중위)도 "어제 저녁에 아버지와 통화할 때 '구조작업이 힘들다'고 말씀하셔서 '하시지 말라'고 말렸다. 그랬더니 굳이 '하겠다'고 해 '조심하시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오열했다.

동료들은 "평소 한 준위는 육군장교로 복무 중인 아들에게 군인으로서,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이번에도 '아들 같은 후배들이 찬 바다에 있다. 1명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구조작업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한 준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함수 부위에서 작업 도중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인근에 있던 미군 함정 '살보함'으로 이송됐다. 한 준위는 1시간30분가량 '감압챔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5시쯤 끝내 순직했다.

특수전여단 작전지원대 소속인 한 준위는 1975년 하사로 임관해 35년 넘게 줄곧 UDT에서 근무했다. 그는 15년 넘게 수백명의 특수전 요원을 양성해 온 호랑이 교관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젊은 오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후배들을 아끼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정 많은 선배였다. 지난해에는 소말리아 해역의 선박보호 임무를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1진 가운데서도 최고령자로 지원해 활동하다 지난해 9월 귀국하기도 했다. 한 준위는 전역을 2년여 앞두고 있었다. 사회복귀를 위해 올해 9월 직업보도교육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바로 자원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한 준위는 29일에도 함수가 침몰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표를 설치할 때 "내가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니 직접 들어가겠다"면서 자원하고 나섰다. 수심 25m의 수중에서 어려운 작업을 마친 뒤에도 30일엔 함수 부분 함장실에 탐색줄을 설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한 준위와 함께 근무했던 특수전여단 김학도 소령은 "그 분은 진정한 UDT 용사였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故한준위 아들 "아버지는 진정한 군인이셨습니다"

연합뉴스 | 입력 2010.03.31 01:23 | 수정 2010.03.31 08:08

 

한상기 중위, 교사 임용 3개월 앞두고 눈물의 '이별'
(성남=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 "아버지는 가족과 부대 말고는 다른걸 모르는 진정한 군인이셨습니다"

30일 오후 백령도 해상에서 실종자 구조 중 순직한 군 잠수요원 고(故) 한주호(53) 준위의 아들 한상기(25.육군1사단) 중위는 아버지의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중위는 이날 오후 7시40분께 아버지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그는 아버지가 순직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말없이 침통해 했다.

그는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아버지랑 통화를 계속했다"며 "아버지께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굳이 하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조심하시라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군인이다 보니까 저도 ROTC 장교를 하게 됐다"며 "아버지가 직접 신병교육대를 추천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군인으로써 가족과 부대 말고는 없는 진정한 군인이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중인 한 중위는 이날도 신병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

그는 장병들이 장비를 챙겨 이동하려 할 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대로 주저앉았다고 한 중위의 선임인 조대현 대위는 전했다.

조 대위는 "교육이 끝났는데도 한 중위가 이동하지 않아 가봤더니 아버지 소식을 듣고 울고 있더라"며 "마음을 추스리게 한 뒤 바로 빈소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한 중위는 평소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아버지를 늘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1사단 부대원들은 전했다.

조 대위는 "한 중위는 (아버지를 닮아) 후임 소대장에게 모범이 되는 장교였다"며 "장병들이나 후배들이나 항상 한 중위를 따랐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ROTC 46기로 임관한 한 중위는 "아버지에게 선생님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다려왔는데..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장교로 임관하기 전 초등학교 임용고시에 합격해 6월말 전역하면 곧바로 교사가 될 예정이다.
 
'천안함' 참사의 비극..한주호 준위 순직 후 뒤늦은 장비 보강 빈축
온라인뉴스팀 (csnews@csnews.co.kr) 2010-03-31 08:58:16
해군 제 2함대 사령부 소속 초계함 '천안함' 참사 후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구조에 나섰다 순직한 해군 특수전(UDT)요원 한주호 준위(53)의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30일 강한 유속과 높은 수압을 견디며 작업을 하다 실신해 사망한 고 한주호 준위의 시신은 당일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됐다. 빈소는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육군 중위를 비롯해 유족과 해군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족들과 해군본부는 고인의 장례를 해군작전사령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고 4월 1일 영결식화장 절차를 거쳐 대전 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한 준위의 사고와 '잠수병'을 걱정하면서도 단 한명의 실종자라도 찾기 위해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편, 한 준위의 사고 이후 잠수사들의 열악한 여건과 허술한 장비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군는 열악한 구조 장비로 구조작업을 이어왔다. 164명의 잠수대원이 동원됐지만 수압으로 인한 잠수병을 치료할 감압챔버가 구조함인 광양함에 1대밖에 없어 실제로는 잠수사 2명만이 교대로 해저에 투입됐다.

잠수병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해군은 진해에 대기 중이던 청해진함(만재 4300t)을 뒤늦게 출동시켜 빈축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실종자 가족 "'살신성인' 한 준위님, 감사합니다"

연합뉴스 | 입력 2010.03.30 22:32 | 수정 2010.03.31 07:57 

실종자 가족 회의 전 모두 1분간 '애도 묵념'
좌절, 실신 직전.."순직 사고로 혹 구조 늦어질까" 걱정
(평택=연합뉴스) 김인유 이우성 기자 =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순직하신 분, 고맙습니다. 모두 그분을 위해 묵념합시다"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머무는 실종자 가족 300여명은 30일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군 특수전(UDT) 소속 잠수사 고(故) 한주호(53) 준위에게 조의와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오후 7시께 가족대표단 선정회의를 시작하기 전, 가족들은 1분여동안 한 준위를 위해 묵념했다.

닷새째 실종자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온 가족들은 이날 비록 극적인 구조 소식을 듣지 못해 실망과 아픔이 컸지만 위험한 수중 여건에도 자신의 몸을 던져 실종자를 구하려다 숨진 고인의 숭고한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렸다.

김태석 중사의 처남 이용기씨는 "가족들은 구조작업 과정에서 숨진 해군 잠수요원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이 사고로 실종자 구조탐색작업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실종자 구조작업에 진전이 없는 안타까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구조됐다'는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이 오히려 천안함의 침몰과정이 녹화된 화면을 보면서 큰 소리를 내며 울다 실신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고 좌절에 빠진 가족 상황과 분위기를 전했다.

박석원 중사의 작은 아버지 박정규씨는 "다들 한 준위의 순직 소식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실종된 장병 모두 내 자식, 내 조카, 내 아들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사고 발생 닷새째인데 임시숙소에 계신 가족들 모두 식사도 그렇고 원하던 소식도 듣지 못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내일 가족대표단의 기자회견 때 애도의 뜻을 포함해 우리들의 입장을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실종자 가족회의에서는 손수민 하사의 삼촌 손시열씨 등 5명이 실종자가족 공동대표 5인으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가족, 한 준위 미망인에 "미안합니다"(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0.03.31 12:25 

 

빈소서 "아까운 분을 잃었습니다" 울음 터뜨려

미망인 "이건 아닌데..." 오열

(성남=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31일 오전 천안함 실종자 가족 7명이 실종자 구조 작업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았다.

한 준위는 지난 30일 오후 아직도 배 안에 갇혀 있을 후배 장병들을 살리기 위해 수중 작업을 하다 실신해 순직했다.

이날 오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를 출발한 실종자 가족들은 빈소에 도착하자 자신의 가족을 구하려다 숨진 한 준위의 영정 사진을 보고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영정 앞에 선 뒤 할 말을 잃은 듯 한동안 고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국화꽃을 한 송이씩 영정 앞에 놓은 가족들은 절을 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가족들이 한 준위의 아내와 자녀, 형 등 유족들이 서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빈소는 이내 울음바다로 변했다.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씨는 한 준위의 아내인 김말순(56)씨의 손을 붙잡고 "뭐라 말씀드리겠습니까.."라고 흐느끼며 "정말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할머니에게 "이건 아닙니다"라며 "우리 금쪽같은 내 새끼 아버지인데.."라고 오열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조문을 마친 후에도 한동안 빈소를 떠나지 못한 채 유족들과 함께 울며 슬퍼했다.

실종자 이창기 원사의 형인 이성기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까운 분을 잃은 것 같아 유가족에게 뭐라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저희가 바라는 것은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게 아니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들은 살신성인의 군인정신을 모든 이에게 알려 훌륭한 군인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빈소에는 시신이 안치된 30일 밤부터 한 준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료 및 선.후배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31일 오전 빈소를 찾아 한 준위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한 뒤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 준위는 영웅적인 사람"이라며 "앞으로 추가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영결식은 1일 오전 11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해군작전사령부장(葬)으로 치러지며 수원화장장에서 화장 절차를 거쳐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李대통령 조문ㆍ유가족 위로

`한주호 준위, 그토록 사랑한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2일 오전 10시 25분, 이명박 대통령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한주호 준위 빈소를 찾아 조문록에 이렇게 적었다.

이 대통령은 빈소에서 헌화 분향 묵념으로 예를 갖춘 뒤 아들 한상기 중위와 악수하고 어깨를 여러 차례 두드리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잘 위로해 드려라. 어머니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얼굴에 침통함이 어렸다.

옆에 서 있던 고 한 준위의 부인과도 두 손을 맞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부인은 애타는 목소리로 "대통령님"이라고 부른 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빈소를 떠나며 고 한 준위의 아들과 부인, 딸의 어깨를 한꺼번에 얼싸안고 "우리 국민이 한 준위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을 향해 "한 준위는 통상적 활동 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전투 상황에 준하는 만큼 품격도 높이는 등 예우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무공훈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 한주호 준위는 지난달 30일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 임무 수행 후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치료 도중 사망했다.

故 한 준위 조문록에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메시지

연합뉴스 | 입력 2010.04.02 15:22 | 수정 2010.04.02 15:50 

(성남=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천안함 수색자 구조작업중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문록에 "한주호 정말 위대한 죽음입니다. 영웅이십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10.4.2

군인에서 교사로..故 한주호 준위 아들 상기씨

연합뉴스 | 입력 2010.09.16 10:48 | 수정 2010.09.16 11:03

 

부친 근무했던 부대 인근 학교 부임.."추석 다가오니 천안함 기억 떠올라"

(창원=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5학년 8반,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공부하자! 알겠지?"

16일 오전 9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 5학년 8반 개구쟁이들은 담임 교사 한상기(26)씨의 당부에 "예"라며 큰소리로 화답했다.

한상기씨는 지난 3월 서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승무원들을 구조하러 나섰다 순직한 해군특수전여단(UDT) 소속 고(故) 한주호 준위의 외아들.

'UDT의 전설'로 불리던 부친을 잃고 난 뒤에 첫 추석을 맞는 한씨는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중위로 근무하다 지난 6월30일자로 예편해 이달 1일부로 안골포초등학교에 부임했다.

학교는 고 한 준위가 근무했던 해군특수전여단과 같은 옛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하고 있다.

한씨는 "지난해 추석때 '지금은 할아버지 차례상만 차리는데 이 다음에 큰아버지나 내가 죽으면 우리 집안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는 종손인 네가 책임져야 한다.'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냥 흘려들었다."는 한씨는 "차례상에 무엇을 놓고 어떤 순서로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새내기 선생님이라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한창 바쁜 요즘이지만 추석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덮어두었던 천안함 사고 당시의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가족들과도 그때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아요. 가끔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면 그때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져요."

이 학급의 학생들도 자신들의 담임 선생님이 고 한주호 준위의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가끔 수업 시간에 군함 사진이 나오면 '천안함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란다.

한씨는 "천안함 침몰에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이제 6개월여가 지났다."며 "그동안 천안함과 관련한 뉴스도 잠잠해졌고 나도 굳이 그 당시 일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가 추석인데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들의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며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지만 같이 힘을 내서 이겨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씨 가족과 일가 친지들은 이번 추석 당일, 고 한주호 준위가 잠들어 있는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