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기회 비용

含閒 2009. 12. 23. 11:13

  기회 비용




‘미친 부동산’ 때문에 괜한 속앓이하는 사람들, 부지기수입니다.
속앓이의 가장 흔한 유형은 내가 살던 아파트 가격이
이상하게도 내가 판 직후부터 서너 배
심지어는 열 배 넘게 올라서 생기는,
미칠 듯한 상실감과 그에 따른 분노입니다.

그때 팔지 않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그런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고 뒷목이 당긴다는 거지요.
6개월 전이 아니라 무려 6년 전에 판 부동산 때문에
아직도 어제 일처럼 가슴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스파게티를 먹지 않고 그 돈으로 책을 샀다면
스파게티가 주는 풍미와 포만감은 포기해야 하듯
기회비용의 또 다른 이름은 ‘합당한 대가’일지도요.

지금은 가슴을 치고 있지만
집을 팔 당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더 큰 수익을 노렸거나 교육 문제 혹은
급하게 돈을 써야 할 상황이 생겨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과도한 상실감이나 분노는
당시의 합리적 선택에 따른 당연한 대가를 치루지 않으려는
욕심이나 어리석음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기회비용을 정신분석적으로 규정한 듯한,
‘정당한 고통을 회피한 대가가 노이로제’라는 해석은
흥미롭습니다.
아무리 기회비용을 최소화해서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해도
세상에 대가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다가 합리적 선택의 미명하에
욕심이나 어리석음의 늪에 빠지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