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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취미는 제품 매뉴얼 읽기입니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바꾸는 진짜 목적이 새로운 매뉴얼을 읽기 위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유별납니다. 당연히 그의 제품 사용 패턴은 정교하고 다양합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핸드폰, 자동차, 오디오 등의 숨겨진 기능을 요모조모 알뜰하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기본 기능 위주로 사용하게 된다네요. 그게 그 제품들의 본질이니까요.
집 밖에서는 물 한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만큼 세균공포증이 심각한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우연히 동료 과학자가 현미경을 통해 끓이지 않은 물에 서식하는 세균을 자세히 관찰하게 한 후 생긴 증상이라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세상이지만 그 결과 인간이 행복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는 해석은 가슴에 폭 안기는 갓난아기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더 많이 맛볼 수 있게 되고, 더 많이 가볼 수 있게 되고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고,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결과 사는 게 그만큼 더 행복해 졌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거나 ‘노느니 장독깬다’는 말에 담긴 해학(諧謔)적 통찰도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속성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떡 생기면 제사와 짝짓기 없이 그냥 맛나게 먹고, 할 게 없으면 가만히 그 심심함을 즐길 수도 있어야, 어떤 사람이나 현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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