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년 전에 발매된 조용필 1집 앨범에 <한오백년>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소름끼칠 만큼 절창이었다고 평가받는 곡입니다. 당시 20대였던 한 주부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한오백년을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다시는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작정 그 음반을 샀다네요. 그걸 들을 수 있는 전축도 없으면서요.
깊은 음악적 소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오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자기의 감으로 절창이다, 확신한 거지요.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아직도 그 LP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감(感)이 올 때가 있습니다.
바닷물을 모두 마셔봐야 짠 맛을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모든 사람을 다 만나봐야 진짜 이 사람인가 보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나고 보니 첫 사랑의 상대가, 심리적 이유에서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최상의 파트너인 경우가 있잖아요.
수많은 이들에게 운명처럼 그런 ‘감’을 주었던 한 사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삶의 매순간이 절창(絶唱)같아서 전축도 없이 판을 산 주부처럼, 그를 받아들일 심리적 쿠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무작정 끌어안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노.무.현.은 아직도 ‘단 한 사람뿐’인가 봅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함께 길고 깊게 손모으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