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애매모호

含閒 2009. 5. 13. 17:32

  애매모호




머피의 법칙이란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경우에 자주 등장하는 일종의 생활법칙 용어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그 말을 정의하면 모든 현상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는데 마침 핸드폰이 방전상태라거나
밤새워 공부했는데 맙소사, 자신이 놓치고 보지 않은 곳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현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굳이 인과관계를 따져 하나의 흐름으로 엮을 일이 아닙니다.

모든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적 속성을
억누르는 게 쉽진 않지만 때론 애매모호함을 견딜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람 관계에서는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겠다고 상투적으로
푸념하면서 나름의 분석 잣대를 들이대는 일, 소모적입니다.
애매모호함을 견딜 수 있어야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의
‘있는 그대로’를 대면할 수 있습니다.

인디언 속담에 의하면 답이 없는 것도 하나의 답이라지요.
사람 문제와 관련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