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공통점

含閒 2009. 5. 6. 14:43

공통점




한 소설가의 경험칙에 의하면, 나른하거나 어색한 느낌의
소규모 모임을 급 활력있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라면 요리 방법을 화제로 올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식의 라면 요리법을
거론하며 분위기가 금방 왁자지껄해 진다는군요.

면을 넣을 때 스프를 함께 넣느냐 마느냐,
불을 끄고 라면을 뜸들일 때 적당한 시간은,
파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넣는 게 좋은지,
계란넣은 라면을 정통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더할 수 없이 밋밋한 행위일 뿐이고 다른 사람과
공통된 경험에 불과할 라면 요리법임에도
‘나만의’ 반복된 역사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런 까닭이겠지요.
언젠가 한번쯤 봤음직한 색바랜 사진같은데,
보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라면 요리법 이상으로
시끄럽고 복잡하게 하는 그림입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 같고 더할 수 없이 평범한
모습이지만 사진속 그들과 나의 그 은밀하고 개별적인
반복의 역사를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