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집안싸움’ 김소영·공희용이 웃었다

含閒 2021. 8. 2. 23:44

배드민턴 여자 복식 ‘집안싸움’ 김소영·공희용이 웃었다

입력 : 2021-08-02 19:23:24 수정 : 2021-08-02 22:16:32

 

이소희·신승찬 2대0 꺾고 동메달
준결서 모두 져 ‘외나무다리’ 매치
한솥밥 먹던 동료서 적으로 만나
경기 후 미안한 마음에 눈물바다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신승찬(오른쪽)-이소희가 김소영-공희용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김소영-공희용이 2-0으로 승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펑”, “펑”, “언니, 아웃이야”, “파이팅”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이소희(27)-신승찬(27)과 김소영(29)-공희용(25)의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펼쳐진 2일 일본 도쿄의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 관중 없이 치러지다 보니 경기장은 선수들의 힘찬 스매시 소리와 서로 파이팅을 불어넣는 소리, 아웃이라며 치지 말라고 지시하는 소리 등이 유독 더 크게 들렸다.

 

결승 맞대결이 성사돼 누가 이기든 지든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갈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이틀 전 준결승에서 모두 패하면서 상대를 이겨야만 하나뿐인 동메달을 가져갈 수 있는 ‘외나무다리’ 매치가 펼쳐졌다. 너를 이겨야만 내가 사는, 그야말로 ‘잔인한 대결’이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어제의 동료’에서 ‘오늘의 적’이 된 네 선수. 아침 식사를 함께 했지만, 경기 관련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네 선수가 모두 빠져 있는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남자 주인공 송강의 얘기만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화기애애하게 아침 식사를 먹던 네 선수는 이제는 네트를 사이로 상대를 겨눠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데다 이소희-신승찬이 세계랭킹 4위, 김소영-공희용이 5위로 한 끝 차이기에 풀게임(세트) 접전까지 가는 혈투가 예상됐지만, 승부는 의외로 쉽게 기울었다. 1게임 처음부터 내리 4점을 내며 기선을 제압한 김소영-공희용이 1게임을 21-10으로 가볍게 따냈다.

 

2게임은 게임 중반까지 15-15로 팽팽하게 맞서며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상대 전적에서 2승4패로 열세였던 김소영-공희용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19-16으로 먼저 치고 나간 김소영-공희용은 김소영의 스매시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이어진 김소영의 공격을 받아낸 이소희의 셔틀콕이 네트에 걸렸다. 김소영-공희용이 게임 스코어 2-0(21-10 21-17)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이 따낸 유일한 메달이다.

 

경기가 끝나자 동메달을 따낸 김소영-공희용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아름다운 패자’ 이소희-신승찬도 진한 포옹을 나눴고, 승자인 김소영과 공희용이 네트를 넘어가 네 선수는 번갈아 서로를 안아주며 잔인한 승부의 마지막을 훈훈하게 함께 나눴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은 눈물바다가 됐다.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이 서로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찡한 상황이 연출됐다. 네 선수 중 ‘맏언니’인 김소영은 “소희와 승찬이가 얼마나 힘들게 준비한지 아는데...이들을 이겨야만 했고, 이겨서 미안했다”면서 동생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뒤 “너무 잘 알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저희가 실수가 좀 더 적어서 이겼던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나이 때문에 3년 뒤 파리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이 될 수 있는데, 호흡을 맞춘 지 3년째로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언니를 믿어준 희용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공희용은 “내가 실수하더라도 소영 언니가 다 쳐줄 것이라 믿고 했다”고 화답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어느덧 14년 지기 절친 사이가 된 이소희와 신승찬은 처음엔 웃어 보였지만,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소희는 “소영 언니와 희용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동메달을 따서 엄청 좋을 텐데...상대가 우리였기에 맘껏 좋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신승찬은 “소희는 다른 날 태어나긴 했지만, 쌍둥이 자매 같은 사이다. 같이 있으면 싫은데, 또 없으면 너무 허전한 사이”라면서 “소희가 날 파트너로 계속 받아준다면 3년 뒤 파리도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