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水仙花에게 - 정호승 (0) | 2020.07.30 |
---|---|
가슴에 핀 꽃/ 그대 슬퍼 마라 (0) | 2020.07.06 |
몽골 대평원에서 (0) | 2018.07.17 |
[스크랩] 아름답고 순수한 100세 시인 시바타 할머니의 글 (0) | 2017.11.13 |
[스크랩] 나태주시인 시모음 (0) | 2017.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