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1억 전달혐의 인정하면서도 “뇌물 줄 군번 아냐” 대가성 부인
“그런 적 없습니다.”(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3·구속 기소)
16일 오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 재판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원장과 최 의원이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인 것이다.
이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최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원장 재직 중 국정원에서 특활비 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는 최 의원의 첫 공판이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1억 원을 전달받은 사실도 없고, 돈을 받았다 해도 예산과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대단히 심각한 톤이 아닌 가볍게 ‘예산 좀 잘 도와줘라. 인건비도 올랐는데 MB(이명박) 정부 때부터 예산이 동결됐으니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전화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이후 국정원 예산안 처리가 잘돼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격려를 좀 하면 어떨까’ 해서 (국정원) 기조실장과 상의 끝에 나온 게 1억 원”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최 의원은 “이 전 원장은 ‘우리 예산 잘 부탁한다’고 전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전 원장은 발끈했다. “제가 그렇게 어리석은 놈은 아니다”며 “최 의원은 제가 딱 두 번 전화했다고 하는데, 전화한 걸로 기억하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 의원에게 뇌물을 줄 군번이 아니다”라며 대가성은 부인했다. 또 “국회 예결위도 있을 것이고 기획재정부 같은 곳에서 식사라도 할 수 있으니 격려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했는데 그게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원장은 “그래서 최 의원에게 인간적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