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방향이 궁금해집니다.
[디지털스토리] "교칙어긴 학생에 청소시켰더니 학부모가 교사 얼굴에 물뿌려"
입력 2018.03.10. 08:00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A 고등학교의 김 모(37) 교사는 개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벌써 '중간고사가 두렵다'고 말했다. 작년 기말고사 기간에 벌어진 기억이 떠올라서다. 당시 주관식 서술형 시험을 본 한 학생이 "모르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학교가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다"며 자신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으로 감사가 나오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김 교사는 "당시 학부모까지 학교에 찾아와 선생들이 딸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며 항의했다"고 했다. 그는 "교권침해 사안이었지만 학교 측 대응은 미온적이었다"며 "교육 현장에 학생의 인권은 있지만, 교사의 인권은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최근 교권침해가 폭증하고, 횡포성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개정 헌법에 '교권'을 명시해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일 밝힌 내용이다. 교총은 헌법 개정과제에서 "교권 존중은 국가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룬다"며 "헌법 제31조 6항에 '교권'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교권을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교사 대다수는 교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폭행, 성희롱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법률이 교사를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권침해 폭언, 욕설 가장 많아…상담건수 10년 새 3배 증가
"너 하는 꼬라지가 싸가지가 없다"
2016년 4월, 한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떠드는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를 향해 박 모(17)군이 욕을 하고 폭행을 했기 때문이다. 박 군은 교사의 얼굴에 책을 집어 던지고, 교탁으로 달려가 머리를 내리쳤다. 다른 학생들이 말려 급하게 마무리됐지만, 교사는 책 모서리에 맞아 인중이 2cm 정도 찢어져 대형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이후 학생에 대한 고소는 학생의 장래를 생각해 취하했지만, 교사는 본인의 요구에 따라 타 지역으로 전보를 갔다.
이처럼 교사들이 겪는 교권침해 경험 중 하나가 폭언과 폭행이다. 지난해 5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행위는 최근 5년(2012~2016년)간 총 2만3천476건에 달했다. 행위별로는 학생의 폭언·욕설이 1만4천775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2년 98건에서 2013년 62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권침해로 고통받는 교사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10년 전(2006년·179건)보다 3배 증가한 572건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15년(488건)과 비교하면 17.2% 증가한 수치다.
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한 모(41) 교사는 "학생이 교칙을 어겨서 청소와 반성문을 쓰는 생활지도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학부모가 찾아와서 '왜 우리 아이에게 청소를 시키냐'며 담당 교사 얼굴에 물을 뿌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교권침해 당한 교원들 전보,병가,휴직 등 택해
하지만 교권침해로 고통받는 교사들이 기댈 곳은 드물다. 학교 내부에서는 평판을 의식해 교사들에게 '참고 넘어가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학교가 피해 교사를 제대로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3명 중의 1명 꼴에 불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가 작년 4월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1천460명을 설문한 결과, 교사로부터 교권침해 피해 사실을 통지받은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응답은 37.2%에 그쳤다.
전교조 관계자는 "가해자가 학부모인 경우 학교장은 교권침해 사실을 통보받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학생이 교권침해를 한 경우도 학부모 민원을 의식한 피해 축소·은폐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 사건은 1만4천637건이지만, 같은 기간 전국 시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44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통계는 교사들이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주로 전보를 가거나 병가, 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고 교육계 관계자는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들의 전보·병가·휴직 등의 건수는 2013년 405건, 2014년 434건, 2015년 950건으로 나타났으며 2016년은 1학기에만 599건에 달했다.
◇교권 보호할 법적, 제도적 장치 보완돼야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교원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법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현행법은 교사를 보호할 만한 장치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악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교권침해가 심각할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 법적 지원, 교권침해 가해 학생 학급교체 및 강제전학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원지위법'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교권침해행위를 한 학생의 보호자에 대한 처벌 규정 보완,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 심리치료 미이수 학부모에 과태료 300만 원 부과,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 의무 부과 등을 골자로 한다.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조치 보완(학교교체 및 전학조치 포함) 등을 담은 내용을 발의했지만, 심의는 지지부진하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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