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수용을 비롯해 미투 폭로로 비난받아 온 배우 조민기의 자살, 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갑작스러운 검찰 출두, MBC 배현진 전 앵커의 자유한국당 입당, 톱스타 수지와 이동욱의 열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륜 커플인 영화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의 결별, 이용대의 배드민턴 복식 파트너였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정재성의 사망, 평창 겨울패럴림픽 개막까지….
북핵과 미투의 파고가 넘실대던 와중인 지난 9일 하루 동안 국내외 정치·사회·연예·스포츠 분야를 넘나들며 쏟아진 굵직한 뉴스들이다. 단 하루 새 이렇게 수많은 대형 사건사고가 쏟아진 지극히 이례적인 이날 오후 늦게 딱 한 줄짜리 인사 보도자료가 나왔다. '감사 이춘구'. 확인해보니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성주)이 이춘구(61)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을 감사로 임명했다는 내용이었다.
절차는 흠 잡을 데 없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모 절차를 거쳐 받은 지원자 11명 가운데 두 명을 복수 추천했고 기획재정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9일자로 임명했다. 그런데 경력이 좀 특이했다. 이 감사는 2017년 11월 취임한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김성주(54) 이사장의 전주고 선배로, 전북대 법학과 졸업 후 KBS에서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과 심의위원을 지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식견을 얼마나 갖췄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력만으로는 재무회계와 기금운영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 총괄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 감사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건 분명하다. 오죽하면 국민연금 홍보실에서조차 "업무 관련 경력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했을까.
뉴스가 쏟아지던 금요일 오후 늦게 슬그머니 낸 한 줄 짜리 인사 자료가 그래서 더 찜찜하다. 아마 분명히 우연이었겠지만.
북핵과 미투의 파고가 넘실대던 와중인 지난 9일 하루 동안 국내외 정치·사회·연예·스포츠 분야를 넘나들며 쏟아진 굵직한 뉴스들이다. 단 하루 새 이렇게 수많은 대형 사건사고가 쏟아진 지극히 이례적인 이날 오후 늦게 딱 한 줄짜리 인사 보도자료가 나왔다. '감사 이춘구'. 확인해보니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성주)이 이춘구(61)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을 감사로 임명했다는 내용이었다.
절차는 흠 잡을 데 없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모 절차를 거쳐 받은 지원자 11명 가운데 두 명을 복수 추천했고 기획재정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9일자로 임명했다. 그런데 경력이 좀 특이했다. 이 감사는 2017년 11월 취임한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김성주(54) 이사장의 전주고 선배로, 전북대 법학과 졸업 후 KBS에서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과 심의위원을 지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식견을 얼마나 갖췄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력만으로는 재무회계와 기금운영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 총괄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 감사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건 분명하다. 오죽하면 국민연금 홍보실에서조차 "업무 관련 경력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했을까.
2017년 2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까지 전주로 이전했다. 그해 11월 19대 전주 덕진구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주 이사장이 취임했고, 지난 9일 동향인 감사가 임명됐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비록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까지 전주로 이전했지만 국민연금은 지역 인사끼리 사이좋게 나눠 가져도 좋을만큼 적당히 굴러가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600조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셋째로 큰 연기금을 제대로 굴려 500만 가입자에게 안정적으로 지급하려면 감사의 견제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국민 노후를 상당부분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사장과 동향에다 학연으로 얽혀있으니 감사 업무를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새 정부 들어 여러 공공기관의 '낙하산' 기관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마당에 국민연금 감사까지 이렇게 석연치 않은 경력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연금이 여전히 서울 한복판에 있고 별다른 큰 뉴스가 없는 시절이었다면 이런 감사 임명에 상당한 뒷말과 반발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가 쏟아지던 금요일 오후 늦게 슬그머니 낸 한 줄 짜리 인사 자료가 그래서 더 찜찜하다. 아마 분명히 우연이었겠지만.
안혜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