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타는 듯이, 터질 듯이 아팠어요.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편안하게 잠자듯 갈 수 있다고 해서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전혀 아니었던 거죠. 그리 아플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2016년 기준)이다. 2003년 이후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2003~2016년 18만 5998명의 생명이 목숨을 끊었다. 같은 기간 저출산 현상 때문에 줄어든 신생아(8만 5868명)의 2.2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평화롭고 편안한 죽음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와 자살 시도자들은 "아름답고 편안한 자살은 절대 없다"고 말한다. 어떤 방법을 택해도 고통이 다른 어떤 것보다 끔찍하다는 것이다.
김지연(25ㆍ가명) 씨의 '그 날'은 술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아이돌 가수가 숨진 지 며칠 지난 뒤였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해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술자리에서 “나 이제 못 살겠다”고 되뇌던 김 씨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친구가 때마침 전화를 걸었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숨을 쉴 수 없었고 구토가 계속됐다. 의식이 흐릿해진 가운데 토할 게 없는데도 멋질 않았다. 눈을 뜨니 응급실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어지러워 또 구토해야 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전부 '잠들면 모른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에요. 진짜 해본 사람만 그 고통을 알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끔찍한 그 고통….”
김 씨는 대부업체의 카드빚 독촉에 시달렸다. 일하면서 빚을 갚았지만 이자 때문에 수천만 원으로 불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가족에게 충격을 안겨서 너무나 미안해요. 엄마만 보면 죄책감에 가슴이 울렁거려요. 빚진 거랑 백수 된 게 부끄러운 일이니까 남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웠죠. 너무 나쁜 생각만 했지 도움받을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후회가 되는 거죠. 상담도 하고 도움을 받았으면 다른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는데…."
이 씨는 미각세포가 망가졌다. 단맛을 제외하곤 다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초점이 안 맞아 땅바닥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씨는 "이제는 그 짓 안 할 겁니다. 함부로 저 같은 행동을 하지 마세요. 끔찍해요"라고 경고했다.
2016년 자살 사망자는 1만3092명이다. 자살 시도자는 이의 10~40배, 즉 13만~52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자살은 편견 덩어리다. 자살 시도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