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티의 간판 이승훈(30·브라보앤뉴)이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승훈의 부단한 노력과 정재원의 팀플레이가 한국의 5번째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60점을 획득, 금메달을 따냈다.평창 대회를 통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남자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준결승에서 체력소모를 줄이며 6위로 결승에 오른 이승훈은 초반에 무리하지 않았다. 14바퀴를 지날 때까지 뒤에서 다른 선수들과 무리지어 달리며 기회를 살폈다. 정재원(17·브라보앤뉴)은 두 번째 그룹의 맨 앞에서 리드했다.
이승훈은 마지막 2바퀴를 남겨두고 힘을 냈다. 앞에서 리드하던 정재원이 뒤로 빠지는 순간 이승훈은 폭발적으로 스퍼트, 치고 올라왔다. 이승훈의 속도는 줄지 않았고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매스스타트는 2009년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뛰다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로 전향한 이승훈에게 맞춘 듯한 종목이다. 5000m, 1만m를 소화하는 이승훈에게 6400m를 뛰어야 하는 매스스타트의 거리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승훈은 쇼트트랙과 장거리 훈련을 병행하면서 끊임없이 기량을 끌어 올렸다. 5000m는 체력 향상, 쇼트트랙은 코너워크 향상을 위한 훈련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매일 4시간씩 스케이팅 훈련을 했고, 지상 훈련까지 더하면 하루 7시간을 훈련에 매달렸다.
이승훈은 준결승에서 2번째 포인트 구간인 8번째 바퀴에서만 힘을 낸 뒤 체력을 비축했고, 결승에서 압도적인 질주로 자신의 올림픽 통산 두 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총 16바퀴를 돌아야 하는 경기에서 이승훈은 14바퀴까지 뒤로 처진 채 기회를 노렸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면서 앞으로 치고 나왔다.
코너에서는 쇼트트랙 훈련을 통해 가다듬은 코너워크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직선 코스로 나와서는 앞서 달리는 선수들을 하나씩 제쳤다.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도 인정한 이승훈의 스퍼트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이승훈은 금메달을 합작한 정재원을 얼싸안았다. 금메달 조력자 정재원과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면서 우승을 자축했다.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은 정재원은 결승에서 전략대로 선두그룹 맨 앞에서 페이스를 조절했다. 정재원의 도움으로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은 두 바퀴를 남기고 치고 나갔고, 정재원은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같이 레이싱을 해준 (정)재원이한테 너무 고맙다”며 “스퍼트하기 전까지 재원이의 도움이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정재원은 “(이)승훈이 형의 금메달에 도움이 돼 기쁘다”며 “월드컵에서도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려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고, 내 역할을 했다”며 겸손해 했다.
이승훈은 이날 금메달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만m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 수확한 통산 5번째 메달이기도 한다. 이승훈의 올림픽 성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