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이재용 석방, 정형식 판사 양형 이유(전문)

含閒 2018. 2. 6. 13:16

이재용 석방, 정형식 판사 양형 이유(전문)

 
 

정형식 판사 이재용 석방.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6)과 최순실씨(62)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지난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에 박영수 특검팀은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법원과 견해가 다른 부분은 상고해 철저히 다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음은 항소심 재판부가 설명한 양형 이유다.

원심 판결에는 공소장 변경으로 인한 파기사유가 있다. 유죄로 인정된 부분, 포괄일죄는 모두 파기를 하고 이유무죄로 판단한 부분도 파기되는 부분과 포괄일죄로 돼 있어 모두 파기한다. 당심은 뇌물 공여 약속 부분은 모두 이유무죄도 판단한다. 승마 관련 뇌물공여 부분, 용역대금 부분은 유죄로 인정한다. 말 사용이익 차량 사용이익도 유죄로 판단한다. 마필 자체와 차량 자체는 무죄,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와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해서 전부 무죄로 인정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부분 중 용역대금은 유죄로 인정하고 마필 부분과 차량 부분 등도 이유해서 무죄 판단한다. 
 
영재센터와 재단 관련 부분은 무죄 판단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와 관련해서 전부 주문 무죄로 판단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은 처분 사실 대해서 주문에 무죄로 판단한다.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관련은 재단 관련은 유죄 판단하되 이외에는 무죄로 판단한다. 
 
이와 같은 유·무죄 판단 따라 형을 정한다. 양형이유 대해서 말씀 드린다. 피고인들에게 공통된 양형 부분이다.  
 
이 사건 본질과 의미에 관해서 특검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 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했고 원심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 판단했다. 이 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 및 당심 열람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춰 이와 달리 판단한다.  
 
우선 공소사실 핵심 부분이라 볼 수 있는 포괄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나 부정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일부 현안이 성공할 경우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인 유리한 효과를 부인할 순 없지만 현안 각 계열사 필요나 합목적 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이재용에게 미치는 효과도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난 가능성이나 책임이 피고인 이재용에만 한할 수 없다고 본다. 
 
피고인들은 1차 단독면담 이후 10개월간 어떤 뇌물도 전달한 사실 없다. 다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을 뿐이다. 이후 2차 면담에서 호되게 야단을 맞은 후 계약 체결을 서둘렀다 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과 요구의 강도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정유라 대한 승마지원 목적이 아니었고 다른 승마 선수들도 정유라와 함께 삼성의 후원을 받아 올림픽 성과를 얻고자 했다. 비록 피고인들로서는 정유라 개인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을 가장하고 은폐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해도 당초 계획대로 지원됐다면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었음에도 최서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36억3484만원의 마필과 차량 등 무상사용 이익을 인정해 적은 금액 아니지만 298억2535만원이라는 특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보고 특검이 주장하는 사건 본질과 거리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 이재용은 원심에서 유죄로 본 피해를 상당부분 회복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했거나 실제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  
 
삼성전자 계열사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에 개별 현안 있었어도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청탁 등을 요구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뒷거래로 문어발식 확장이나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이 도와줄 게 있으면 말하라 한 것만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가 수주 필요없고 수주 받은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 범행 방법에도 총수나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해 회계를 조작해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뇌물 공여한 사례 등은 보이지 않는다.
 
뇌물 수수죄는 그 수뢰액이 1억 이상일 경우엔 가중처벌돼 무기 혹은 징역 10년 이상이다. 133조1항 뇌물 공여의 법정형은 5년 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돼있고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없다. 즉 공직 부패의 책임은 공여자보다는 수수자인 공무원에 무겁게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같이 이른바 '요구형 뇌물' 사건 경우 특히 공무원의 요구가 권력 배경으로 한 강요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동반할 땐 공여자보다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에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타인에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국정농단하고 사익 추구한 최서원으로 봐야 한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 겁박하고 최서원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고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괴 최순실의 요청을 거절 못한 채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의 본질과 의미, 필요성과 정치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게 된 뇌물 공여 경위와 방법, 현실적 이익의 부존재, 횡령 피해 금액이 없는 것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 양형 요소로 고려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승마지원의 상당부분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점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비록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것이었다고 해도 적법행위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무죄될 수는 없다. 뇌물 공여와 횡령 범행도 치밀했다. 공무원 부패에 조력해선 안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담하는 법적 의무고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피고인 범행으로 대통령의 직무 공정성과 기업 경영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도도 낮아졌다.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사회적 영향 등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판단한다. 
 
개별 양형요소다. 피고인 이재용은 삼성그룹 이건희의 후계자이자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등기이사로서 이 사건 범행을 결정하고 다른 피고인에게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 또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도 했다. 피고인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긴 어려웠다 보이고 수동적으로 이같은 범행과 횡령을 저질렀다. 그러나 아무 범행 전력 없고 나이와 성장 환경 등을 고려해 이사건 양형 모든 조건 따라해서 범위 내에서 정하겠다.  
 
최지성은 미전실 실장, 장충기는 차장으로 이재용을 보좌하며 범행을 결정하고 박상진·황성수에 지시했고 이들은 직접 실행에 옮기는 등 관여 정도가 크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거절하기 힘든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진행됐고 오랜 세월 삼성에서 근무한 사람들로 이 사건의 이익 수혜자가 아니다. 박상진은 오래전 벌금형을 받았고 나머지는 범행 전력이 없다. 피고인들의 나이 성향 환경 등 모든 양형 조건 고려해 양형 기준 따라 범위 내에서 형을 규정했다.
 
황성수는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할 위치에 없었고 다른 피고인들의 지시로 실행만 해 수혜를 직접 받지 않았다. 모든 양형 조건 고려해서 양형기준 따른 권고형 범위 벗어나서 형 정하겠다. 
 
이 같은 내용을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주문. 원심판결 파기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징역 2년6월, 피고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은 각 징역 2년, 피고인 황성수는 징역 1년6월 처한다. 피고인 이재용 대해서는 4년간, 피고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에 대해서는 3년간, 황성수에 대해서는 2년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