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국정농단·사익추구" 최순실 징역 20년..신동빈 법정구속(종합)

含閒 2018. 2. 13. 16:55

"국정농단·사익추구" 최순실 징역 20년..신동빈 법정구속(종합)

문창석 기자,최은지 기자 입력 2018.02.13. 16:44 수정 2018.02.13. 16:46


법원 "崔, 광범위 국정개입으로 대통령 파면 초래"
"申, 공정성 가치 심각 훼손"..안종범은 징역 6년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최은지 기자 =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촉발한 '비선실세' 최순실씨(62)의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대기업 총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70억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던 신 회장은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429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뇌물로 받은 루이비팅 핸드백은 몰수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대통령과의 오랜 사적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로 하여금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며 "삼성·롯데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의 범행과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에 큰 혼란이 생기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했다"며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타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뇌물 취득 규모와 국정 혼란, 국민들이 느낀 실망감에 비춰보면 죄책이 대단히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최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책임을 주변인들에게 전가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에 대해선 "고위공무원으로서 청렴성·도덕성이 요구되는 지위였는데도 국정 질서를 어지럽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며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국회 증인 출석도 거부하는 등 지위와 범행 횟수, 내용, 규모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대해선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기업에 허탈감을 줬다"며 "뇌물 범죄는 공정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재벌 회장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등 15개 전경련 회원사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으로부터 딸 정유라씨(21)의 승마훈련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으로 298억2535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신 회장은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낸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77억9735만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신 회장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취재파일][최순실 1심 선고] ① '같은 뇌물' 롯데엔 왜 유죄가 선고됐나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심사에서 탈락하는 사건을 경험한 후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득이 절실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나 피고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기업인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모두 피고인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사정이 분명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이기는 하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 대통령의 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70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떠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다소 위험이 따르지만 손쉽고 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뇌물공여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재판장이 읽어내려가는 선고문을 들으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표정이 점차 굳었다고 한다. 법정에 들어간 동료 기자가 실시간으로 전달한 내용을 읽고 있었던 나 역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별도의 통역 없이 2시간 20분 내내 선고 내용을 들었던 신 회장은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변호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재판장이 법정구속 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신 회장은 작은 목소리로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최후의 주문을 읽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선고문 곳곳엔 신 회장의 실형 선고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 많았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이라 불린 최순실 씨와 함께 재판을 받아온 탓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역시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만하다. 1심 판결문에 나타난 신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살펴본다.

1) 변호인단 "면세점 특허는 해결된 현안…독대 후 오히려 불리하게 진행"


변호인단은 신동빈 회장이 2016.3.11.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났을 때나 2016.3.14.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가졌을 때, 면세점과 관련된 부탁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2016.2.18. 무렵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수를 확대하기로 하는 정부의 방침이 이미 정해져있었고, 그룹 차원에서도 그와 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드타워 면세점의 경쟁력을 고려해 볼 때,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수를 확대하기만 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검찰 측 주장과 달리 당시 면세점 특허 문제는 독대 전에 이미 해결된 현안이었다는 거다.


또한, ① K스포츠재단과의 협상 과정 및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았을 때 임원진들의 태도나, ② 단독 면담 이후 특허 수 확대정책 발표가 2016.4.로 연기되고, 사업자 선정 일정이 2016.9.에서 2016.12.로 변경됐으며, ③ 대통령이 2016.4.25. 특허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朴-申의 독대' 이후 면세점 신규 특허 절차가 오히려 롯데에 불리하게 진행된 점을 보더라도 당시 면세점 관련 청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2) 재판부 "제3자 뇌물 제공 이뤄졌으면 실제 부정한 처사 존부 필요치 않아"


그러나 변호인단의 이런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기재부 이OO 사무관과 이OO 과장에  따르면, '2016.1. 청와대 지시 이후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발표 시점은 애초 2016. 3.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부여에 따른 롯데, SK에 대한 특혜 시비가 2016.4.13.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염려하면서, 결국 특허 수 확대 부분은 2016.3.31.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종합개선방안에서 제외됐다. (이후 2016.4. 말에 따로 발표하는 것으로 방침이 변경됐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특허 수 확대정책 발표와 사업자선정 일정이 늦춰진 배경엔 다른 면세사업자들의 반발에 대한 우려와 총선이나 정기국회 일정 등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5년 메르스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해 2016. 8.경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발간되고 나선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신규특허신청 공고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발간되기 이전, 그리고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종료일(2016.6.30.) 이전인 2016.6.3. 신규특허신청 공고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신규특허 일정이 롯데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신규특허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닌지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다는 사정 역시 대가관계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없었다는 정황이라는 변호인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달리 판단한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의 수와 관련해 기재부에서 관세청이 제시한 3개보다 많은 5~6개를 제시한 이유에 관해 3개보다 더 숫자를 늘려야 된다고 했던 것은 롯데와 SK를 선정하기 위한 것 자체라기 보단, '롯데와 SK가 선정되더라도 다른 업체도 같이 선정될 수 있도록 조치함으로써 롯데와 SK만 선정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특혜 논란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뜻이 더 컸다'는 이OO 사무관의 진술이 근거가 됐다. '면세점 신규특허의 수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반드시 롯데에 불리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거다.


"...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단독 면담 이후 면세점 신규특허 일정이 오히려 롯데그룹에 불리하게 변경되었고, 이러한 사정은 대가관계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 그러나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면 성립하고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3) 롯데 "대통령 요구 및 대가관계 부존재" vs. 재판부 "安 진술 등 증거…충분히 인정"


롯데 측은 대통령이 2016.3.14. 단독 면담 자리에서 피고인 신동빈에게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이나 롯데그룹은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요구가 스포츠 활성화와 인재양성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을 뿐, 대통령 혹은 특정인(최순실)의 사익추구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대가관계에 관한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다. 대통령이 2016.3.14. 단독 면담에서 신 회장에게 K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거다. 유죄의 증거로 제시한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1) 안종범 수첩의 2016.3.14.(단독면담이 있었던 날) 기재

->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는 '3-14-16 VIP'라는 기재 아래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 올림픽, 아세안, 인재양성, 5대 거점, 하남시 장기 임대, 시설 75억 스위스 뉴슬리 → K sports'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 기재 내용 중 대통령과 다른 대기업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는 해당 기업의 명칭이나 해당 기업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가 있는 반면, 위 2016.3.14.자 부분에는 그와 같은 기재가 없는 점을 언급한다. 위 수첩 기재만으로는 대통령이 신 회장과 단독 면담을 마친 후, 단독 면담에서 있었던 대화라고 전해 준 내용을 안 전 수석이 기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인다.


(2) 안 전 수석의 진술

->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 사실(안종범의 진술)과 결합해 수첩 기재 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한다.


안 전 수석은 2016.11.2. 처음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2016.2.16.경으로 기억되는데 대통령께서 그 당시 SK, 롯데, 포스코, 엘지, 현대, CJ 등 대기업 회장들과 1대1 면담을 하시면서 기업들의 애로나 해외순방 시 동행이나 각 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셨다, 그 때 기업인들에게 K스포츠재단과 위 대기업들이 체육 관련된 여러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개별 면담이 끝난 후 그러한 취지로 저한테 말씀을 해 주셨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 저한테 특정 기업들과의 협조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라고 하신 점에 비추어, 아마 2016.2.16. 대기업 회장들과의 개별 면담 시 K스포츠재단과 체육 분야에서 협조하는 방안을 각각 말씀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지금 바로 떠오르는 것으로는 롯데의 경우 5대 거점 스포츠인재 양성 사업을 K스포츠재단과 하는데 대통령 지시를 받고 그 진행 경과를 정OO에게 전화하여 체크한 적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후 '대통령이 2016.2.말경 신동빈 회장을 개별 면담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신 회장에게 5대 거점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 대통령께서 저한테 그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K스포츠재단에 확인해 보라고 지시하셔서 제가 정OO한테 연락하여 물어본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위 진술이 자신의 수첩이나 일정표를 전혀 제시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이후 안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에서 롯데에 제안한 사업의 진행 상황을 알아보았다는 부분도 사실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안 전 수석은 이후에도 '대통령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안 전 수석이 지원 중단을 건의하였을 때 비로소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데, 어떤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답했고, 법정에서도 '기본적으로 신 회장과 만났을 때 K스포츠재단과 협력사업을 제안했다는 정도는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고 증언한다.


(3) 쐐기를 박는 '추가 출연금 70억 반환'

-> 재판부는 대통령과 K스포츠재단의 요구에 따라 롯데가 지급하기로 한 금액 75억 원(실제로 지급한 금액은 70억 원)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가장 많이 출연한 삼성그룹의 79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고, 두 번째로 많이 출연한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의 43억 원의 1.6~ 1.7배, 롯데그룹에서 출연한 17억 원의 4배를 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롯데에서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출연한 17억 원은, 다른 14개 대기업 그룹과 함께 전경련회비(사회협력비) 분담 비율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출연한 것인 데 반해, 추가 출연한 70억 원은 K스포츠재단에서 정한 금액으로 추가출연 그룹도 롯데가 유일했다. 롯데의 스포츠분야에 대한 연도별 지원 금액은 2013년 30억 원, 2014년 52억 원, 2015년 49억 원으로, K스포츠재단에 지급한 70억 원은 최근 3년 동안 롯데가 스포츠 분야에 지원한 각 연도의 전체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추가지원금 70억 원이 반환된 경위를 주의 깊게 봤다. 박 전 대통령은 당해 5~6월 "롯데의 추가 출연은 부적절하다"는 안 전 수석 건의를 받아들여 반환을 지시했다고 스스로 인정했고, 재판부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사업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그 시작에도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라고 밝혔다.


"... 안종범으로부터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K스포츠재단은 정관에서 정한 이사회 소집절차도 생략한 채 바로 그 다음 날인 6. 7. 이사회를 개최하여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을 반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롯데그룹에 그 사실을 통보한 후 2016. 6. 9.부터 같은 달 13.까지 70억 원을 반환하였다..."


"...대통령과 안종범은 위와 같이 반환을 지시하면서,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롯데그룹에서 출연하였던 17억 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K스포츠재단 역시 위 17억 원은 반환하지 않았다. 피고인 최서원, 대통령, 안종범 모두 롯데그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지급받은 17억 원과 추가로 지급받은 70억 원의 성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재판부는 신 회장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점은 유리한 양형요소라고 언급했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를 특별감경요소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통상적으로 공무원의 요구에 의하여 재물을 교부하는 경우,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입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걱정과 재물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실상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공무원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뇌물죄가 동시에 성립하면 그 상대방도 뇌물공여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뇌물공여 기업을 겁박에 의한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 및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 [취재파일][최순실 1심 선고] ② 삼성의 청탁은 왜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나 


[최순실 1심 선고] ② 삼성의 청탁은 왜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게 적용된 제3자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하게 된 데엔 무엇보다 '부정한 청탁' 여부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단독 면담의 당사자인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월드타워 면세점의 신규 특허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여타의 정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요구와 롯데그룹의 지원이 이루어진 시기와 지원의 규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나타난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모습,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할 만한 정황, 기부금 반환 경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 결국 대통령의 피고인 신동빈에 대한 K스포츠재단의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 요구 행위 및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롯데그룹의 행위는, 그 지원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관한 공통의 인식 또는 양해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충분하고, 결국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대통령과 피고인 신동빈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재판부는 단독 면담 당시 '명시적 청탁'이 오갔을 개연성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가기는 하다'면서도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제한적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위 단독 면담을 위하여 준비한 '롯데그룹 관련 말씀자료'에도 롯데그룹의 주요 현안으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이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인 신동빈은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3일 전인 2016. 3. 11.에도 안종범을 만나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로 인한 애로사항에 관하여 이야기한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2016. 3. 14. 단독 면담에서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득에 관한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가기는 한다...." 


"...정책본부에서 작성한 'VIP 간담회 자료'에 기재되어 있는 면세점 관련 내용(면세점은 현재 세계 3위, 경쟁력 향상을 통해 세계 1위로 만들어 국가위상을 높이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겠음)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취득에 대한 직접적·명시적인 청탁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점, 안종범 수첩의 2016. 3. 14.자 부분에도 '롯데'나 '면세점'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신동빈이 2016. 3. 14. 단독 면담을 하면서 대통령에게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취득에 관한 명시적 청탁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 기업의 '제3자뇌물 공여' 사건…결국 '당시 현안'과 '부정한 청탁'이 핵심


이번 선고 이후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신 회장과 '같은' 혐의(제3자뇌물죄)로 재판을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같은' 재판부(형사합의22부)의 '다른' 판단(롯데-유죄, 삼성-무죄)이었다. 검찰의 공소 사실만 보면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가 신 회장보다 훨씬 무거웠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영재센터 후원금, 최 씨 승마지원금(승마지원금은 단순뇌물죄가 적용됐다) 등 이 부회장의 뇌물 총액은 433억 원에 달했지만,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 원이 유일한 범죄 혐의였다.


최순실 씨 1심 재판부는 롯데와 달리 삼성이 최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에 대해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 재판부는 같은 공소사실(재단 출연, 영재센터 후원)을 두고 최 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으로선 본인 재판을 맡았던 1,2심 재판부의 판단에 이어 이번 최 씨 1심 재판부까지 뇌물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3차례에 걸쳐 받은 셈인데, 결론은 달랐다. 역시 관건은 '현안'과 '부정한 청탁'의 여부였다.


특검은 기소 당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이 부회장의 현안으로서 1)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통상 승계작업이라고 지칭한다)을 '포괄적 현안'으로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승계작업은 2)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최소화 등의 '개별적 현안'으로 구성된다.


특검의 주장/ 승계작업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계획· 진행되었다

[비핵심 계열사 매각 및 이재용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 합병비율을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조정하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시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후)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순]


● 최 씨 1심 재판부, 이 부회장 항소심과 같은 판단 "경영권 승계작업 실체 인정 어려워"


관련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증언, 안종범 업무수첩, 단독 면담을 위해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 등이 주요한 증거로 채택됐지만 개별적 현안들의 묵시적, 명시적 청탁의 존부에 대해 최 씨 1심 재판부는 모두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 부회장이 2015.7.25. 단독 면담 등에서 대통령에게 관련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있었던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같은 맥락의 판결이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한 판단도 이 부회장의 1,2심과 같았다.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항소심과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났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이 합병 뒤 처분 주식수를 줄이려 공정위와 청와대에 로비한 정황이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해, 재판부가 삼성 합병 등 4개 현안이 2015년 7월 25일 과 2016년 2월 15일 독대 이전에 종결된 점을 근거로 제시한 것을 두고 '실무선에선 이미 조율이 됐을 수도 있는데, 단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를 기준으로 청탁의 가능성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 합병 안건이 2015. 7. 17.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찬성 의결되었고, 그에 따라 2015. 7. 24. 삼성그룹에서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최초로 유권해석을 의뢰하였으며, 바로 다음 날 대통령과 이재용의 단독 면담이 있었고, 이후 2015. 10. 14.에 가서야 위 문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초 검토 결론이 나온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15. 7. 25. 대통령과 이재용의 단독 면담 당시 최초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절차의 초입에 있던 위 문제가,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에게 청탁해야 할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다급한 현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이 부분 현안은 공정거래위원장의 위 2015. 12. 23. 최종 결재로 종결되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대통령과 이재용의 2016. 2. 15. 단독 면담 당시에는 이미 삼성그룹의 현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최 씨 1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이 부회장 1심 재판부가 인정했던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까지도 인정하지 않았다.


"...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이 명확하지 않게 되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의 존부 판단에 영향을 주어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게 되므로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에 반한다. ..."


"...더욱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 대통령과 이재용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바,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어 피고인들의 방어권 확보에 현저히 곤란을 초래하게 되어 부당하다...." -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 中

지난해 8월 선고 당시 '나무는 없지만 숲은 있다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현재 시점으로는 삼성의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 청탁을 유일하게 인정한 판결인 셈이다. 최 씨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검이 주장한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의 삼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그것이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개별 현안들 중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 사건 합병 및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및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 ..."


"...그러나 위와 같이 직·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정은 개별 현안들의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러한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이고, 그와 같이 확인된 결과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들 중의 하나일 뿐이어서, 결과적으로 확인된 그와 같은 사정만 가지고 특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위 개별 현안들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의미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이 이재용을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개별 현안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정이나, 위 개별 현안들이 추진될 무렵 금융·시장 감독기구의 전문가들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정 등을 더해 보더라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기 부족함은 마찬가지이다. ..."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앞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항소심 판결에 대해선 특검과 삼성 양측 모두 지난 8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경영권 승계와 부정 청탁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2심에 대해 특검 팀은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삼성 측은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을 밝히겠다"며 각각 상고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