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 논설위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1/17/df03cf95-937b-4362-a6fb-4b715850e1e7.jpg)
안혜리 논설위원
결국 나처럼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만 하루 동안 공짜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날 하루 여기에 들어간 돈은 60억원. 이 돈도 적지 않은데 예년의 미세먼지 수준과 서울시의 비상 저감조치 기준을 적용하면 올 한 해 대략 7일 정도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일이 된다. 420억원가량이 든다는 얘기다.
“실질적 효과도 없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장기적으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런 ‘쇼’라도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두둔한다.
누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나. 다만 돈을 제대로 쓰라는 주문은 필요하다.
중국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휘발유로 굴러가는 승용차가 아니라 경유 차량, 특히 노후한 버스나 트럭에서 나온다는 게 상식이다. 설령 승용차 2부제에 동참하는 시민이 앞으로 크게 는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쇼’하는 데 들어가는 420억원을 다른 데 쓰면 미세먼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노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설치하거나 조기 폐차시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올해 대당 100만~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DPF 설치를 위한 보조금 등에 예산 450억원을 책정했다. 당초 2019년까지 필요한 차량에 설치를 마친다는 방침이었으나 예산 부족 탓에 완료 시기가 2022년으로 늦춰졌다. 돈이 없어 서울시민이 3년 더 매연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공짜 지하철이라니.
올해 일곱 번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대신 경유차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을 맡지 않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걸 택하지 않을까. 대체 60억원은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