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강진…서울도 흔들
수험생·학부모 '대혼란'
수험생·학부모 '대혼란'
![](http://img.hankyung.com/photo/201711/AA.15215144.1.jpg)
< 처참하게 구겨진 자동차 > 경북 포항시에서 15일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포항시 흥해읍 마산리 도로변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려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경상일보 제공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안전과 시험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11월23일에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연재해로 수능이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증권시장은 예정대로 오전 10시에 개장, 오후 4시30분에 폐장하고 외환시장은 오전 10시에 개장, 오후 3시30분에 폐장한다.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다.
기존 지진과 다른 피해 속출
땅밀림 첫 관측… 산사태 우려 영일만 부두 1120m 균열 생겨
“수직·수평 이동 역단층서 발생”
원인조사단 급파·주민 대피령
16일 산림청에 따르면 포항 북구 용흥동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 원격 감시시스템’이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오후 2시 22분부터 3시 22분까지 5분 간격으로 측정한 결과 한 시간 동안 6.5㎝ 변동이 감지됐다. 땅밀림은 토양층이 지하수 등의 영향으로 중력에 의해 아래 방향으로 밀리는 현상이다.
국내에는 기준이 없지만 일본 국토교통성의 땅밀림 기준치를 적용하면 가장 높은 단계인 ‘출입금지(1㎝/시간)’를 넘는 규모다. 땅밀림 지역은 지진 발생 지점과 직선거리로 9.1㎞ 떨어져 있다. 지하수위계도 81㎝ 줄어든 것으로 측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사태 원인조사단을 현장에 급파했다. 영일만항은 컨테이너 부두와 일반 부두의 바닥에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고 일부 지역이 주저앉아 10㎝ 이상 단차가 발생했다. 포항신항 제1부두 상부 콘크리트 2곳은 4~6㎝ 정도 균열이 생겼고, 포항구항에서는 화물 부두의 하역작업 공간인 에이프런 상부 콘크리트가 갈라졌다. 전용 부두 곳곳에서도 균열이 확인됐다. 1420m의 컨테이너 부두 중 1120m나 균열이 생겼다.
이들 항만시설은 규모 5.8~6.3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가 됐지만, 이번 5.4 규모의 포항 지진에 균열이 생겨 설계나 시공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 여파로 중단됐던 영일만항 하역작업은 이날 오후 7시 일부만 재개됐다. 벌크부두 2개, 컨테이너 부두 4개 가운데 각각 1개와 2개만 영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나머지 3개는 오는 19일까지 수중 관찰을 통해 안전성 등을 판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이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데다 지표가 수직·수평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에서 발생해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경주 지진은 두 개의 단층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반면, 포항 지진은 단층이 수직·수평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역단층 또는 정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면을 솟아오르게 하거나 가라앉히기 때문에 주향이동단층 지진에 비해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땅이 밀리고 내려앉을 정도의 에너지가 분출된 것은 포항 지진 이전에 홍성 지진과 경주 지진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현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각종 지각 변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면밀한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