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서 숨진 채 발견
조사 사흘 후 억울함 토로
유서 한 통 안남겨 미심쩍
유족 “모종의 협박성 회유
철저하게 진상 규명해야”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소속 정모(42) 변호사(사무관)의 유가족이 “사실상 타살”이라며 시신 인수 및 장례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국정원의 ‘댓글 사건’ 수사·재판 방해 공작과 관련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변호사의 친형인 정모씨는 3일 “검찰 조사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1주일간 모종의 협박성 회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 측이 동생의 사망에 책임을 지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에 소환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정 변호사는 이튿날 국정원에 정상 출근했다. 그러나 조사 사흘 후부터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정 변호사는 국정원 감찰실 산하 법률보좌관실에 근무했다. 2013년 10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의 일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이번 검찰 조사에서 실무 TF의 재판 방해 공작을 상세히 진술했다. 검찰 조사를 전후해 당시 TF 팀장이었던 이제영 파견검사(현 대전고검 검사)와도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7∼29일 당시 국정원에서 수사·재판 방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장호중 전 국정원 감찰실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및 변창훈 전 법률보좌관(서울고검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했다. 정 변호사는 이 무렵 2차 검찰 조사를 미룬 채 강원도 원주와 강릉을 전전했고 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일 정 변호사의 시신을 부검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나 정밀 감식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일 경찰이 정 변호사의 주거지를 감식했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씨는 같은 날 국정원 비서실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이 죽었는데 왜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느냐”며 철저한 진상 파악을 요구했다. 비서실장은 “유족들의 마음을 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의 시신은 아직 강원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정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2011년부터 국정원에서 일했다. 평소 “국가를 위해 법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며 국정원 직원임을 자랑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사실상 타살”… 국정원 변호사 유족 장례 거부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103/201711032200_11130923843152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