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찬란했던 故샤이니 종현, 음악으로 영원히 빛날 별

含閒 2017. 12. 19. 15:25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시라. 명복을 빕니다.

찬란했던 故샤이니 종현, 음악으로 영원히 빛날 별

[일간스포츠] 입력 2017.12.19 15:05 

샤이니 종현(28·본명 김종현)이 푸른 밤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무대 위 가장 빛났던 그는 마지막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던 천생 뮤지션이었다. 깊은 감정의 고통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고 눈을 감기 일주일 전에도 무대에 올랐다. 2008년 아이돌로 데뷔해 솔로가수로, 싱어송라이터로, 작곡가로 끊임없이 발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던 종현은 이제 음악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종현의 빈소가 19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가족들과 함께 샤이니 멤버들이 상주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인의 발인은 21일 오전 9시며, 장지는 미정이다. 

종현은 2008년 5월 5인조 아이돌 그룹 샤이니로 데뷔해 10년째 활동했으며 솔로가수로도 사랑받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종현의 누나는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달라. 고생했다고 말해달라", "마지막 인사"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유가족의 의견을 따라 천주교식으로 장례절차를 준비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동생을 떠나 보낸 유가족들의 슬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샤이니 멤버들과 저희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동료 아티스트들 및 임직원 모두 너무나 큰 충격과 슬픔 속에 고인을 애도하고 있습니다"라며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 친지들과 회사 동료들이 참석하여 최대한 조용하게 치를 예정입니다"라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빈소엔 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업계에서 보내온 근조화환이 가득 자리했다. 관계자들은 10여년 동안 지켜봐온 아티스트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비통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수만 SM회장은 오전부터 병원을 찾아 빈소 마련을 함께 하며 가장 먼저 조문을 마쳤다. 보아·엑소·소녀시대·레드벨벳·NCT·방탄소년단·아이유·슈퍼주니어·지코·이적 등 동료 가수들의 조문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하에 따로 마련된 팬 조문공간엔 줄이 늘어섰다. 외국에서 온 팬도 있었고 교복을 입고 조문을 온 학생도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종현의 죽음에 오열하는 팬들의 울음소리가 층 가득 울렸다. 종현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했던 한 팬은 "그를 보러 가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소속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호팀을 꾸려 보안과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훌륭한 아티스트" 동료들 기억 속 종현 

온라인에서도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샤이니 종현을 향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동료들은 고인과의 일화를 떠올리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뮤지션으로 그를 추억했다.

종현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밴드 디어클라우드 보컬 나인에게 유서를 맡겼다.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3년 여간 진행해온 라디오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고 음악적으로 교감해온 사이였다. 나인은 "얼마 전부터 종현이는 어둡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매일같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는데 결국엔 시간만 지연시킬 뿐 그 마지막을 막지 못했다. 종현이 본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꼭 직접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유서에는 종현이 우울감을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수 테이는 "'푸른밤' 시작 전. 저기 너머 인사하던 너와 술 한 잔 함께 기울이지 못한 게 맘에 걸린다. 종현아. 사랑한다. 거기선 아프지말고 반짝이기만 하렴"이라며 라디오 스튜디오 사진을 게재했다. 음악프로듀서 필터는 "정말 열정 가득한 뮤지션이자 훌륭한 아티스트인 종현이가 멀리 떠났다. 그와의 작업은 늘 나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몇 번이고 소환되어주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갑작스레 멀리 떠났니.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랄게"라며 슬픔을 삼켰다. 이밖에도 조권, 에디킴, 백아연, 백예린, 타이거JK, 에일리, 유리상자 이세준, 홍석천, 지소울, 정기고, FT아일랜드 최종훈 이홍기 등 많은 동료들이 종현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래로 기억할게요" 자작곡·책 역주행 

대중은 종현이 남긴 노래와 책을 다시 살폈다. 멜론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종현이 작사·작곡한 노래들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솔로곡 '놓아줘'를 비롯해 태연과 부른 '론리'와 이하이가 부른 '한숨' 등이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2015년 발간한 소설책 '산하엽:흘러간, 놓아준 것들'은 중고서점 등에서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 책은 '소품집1'의 작곡 비하인드를 모아 만든 것으로 종현이 직접 촬영한 사진도 있다. 

이하이는 "노래를 처음 듣고 녹음하면서 힘든 일은 잊고 많은 분들 앞에서 위로 받았는데, 그래서 너무 감사했는데 마음이 아픈 하루다. 어쩌면 이 노래는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가사로 적은 곡인가보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예은은 "'한숨'이라는 노래 좋아했다. 따뜻한 위로 주셔서 감사하다. 이제는 편히 쉬기를"이라고 말했다. 전 엑소 멤버 황쯔타오는 "처음 한국 갔을 때, 처음 방송국 갈 때 '핫 타임즈'라는 노래를 들었다. 너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이 노래 때문에 무대 빨리 오르고 싶었고 연습 빨리 하고 싶었는데 힘이 되어 줘서 고맙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난 선배님, 형이었다"라며 종현의 빈자리를 아파했다. 

"행복하고 싶다"고 말했던 종현의 생전 인터뷰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월 인터뷰에서 "행복하고 싶다. 성향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탓에 행복하기 쉽지 않다"며 "자고 있는 엄마랑 누나를 깨워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행복하다더라. 나도 행복하고 싶어서 펑펑 울었다. 그때부터 행복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샤이니 종현 유서 공개, 그곳에서 '우울시계'는 멈추었길

입력 : 2017.12.19 10:02

샤이니 종현 유서 공개 / 사진: 더스타DB, 푸른밤 제공
 샤이니 종현 유서 공개 / 사진: 더스타DB, 푸른밤 제공

샤이니 종현 유서가 공개됐다.


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디어클라우드 나인을 통해 공개됐다. 19일 디어클라우드 나인은 "얼마 전부터 종현이 제게 어둡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했다"며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지만, 마지막을 막지 못했다. 지금도 이 글을 올리는게 맞는지 겁도 나지만,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립니다"라며 샤이니 종현 유서 전문을 게재했다.


샤이니 종현 유서에는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을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나를 미워했다. 끝낸다는 말은 쉽지만,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난 도망치고 싶었다"며 혼란스러운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한, 샤이니 종현이 병원을 찾았던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종현은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난 나 때문에 아프고, 내가 못나서 아프다. 이 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라며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종현은 "그래도 살라고 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봐도, 날 위해서는 아니다. 날 위하고 싶었다"라면서 "세상과 부딪히는 것은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내 삶이 아니었나봐. 지금껏 버티고 있던게 용하다.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지는 말아줘. 안녕"이라며 글을 마쳤다.


이에 샤이니 종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아이유 '우울시계'라는 곡이 떠오른다. 지난 2013년 쓰여진 곡으로 종현은 꽤 오랜 시간, 우울한 마음을 안고 살아온 것으로 추측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이유 없는 우울함'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한 '우울시계'는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하루를 마치고 난 후의 지친 일상에 대한 우울한 감정들을 녹여냈다. 내일은 더 좋을 거라는 희망이 함께 담겨져 있는 가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한편 샤이니 종현 유서를 공개한 디어클라우드 나인은 종현이 진행하던 MBC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고독씨 클럽'에 고정 패널로 오래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샤이니 종현의 SNS 마지막 글이 디어클라우드의 노래를 스트리밍 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한다.

샤이니 종현 유서 공개, 그곳에서 '우울시계'는 멈추었길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공개한 샤이니 종현 유서 전문.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