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이미향 우승'으로 한국 벌써 11승…LPGA 최다승 거둔 2015년과는 다른 양상

含閒 2017. 7. 31. 13:45
'이미향 우승'으로 한국 벌써 11승…LPGA 최다승 거둔 2015년과는 다른 양상
하유선 기자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2017시즌 중반을 넘어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21개 대회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찾았다. 두터운 라인업을 자랑하는 태극 군단은 이 중 절반이 넘는 11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정상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LPGA 투어 2017시즌 우승자 명단(2017.7.31). 표=골프한국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올해 첫 우승을 알린 장하나(25)를 시작으로 양희영(28), 박인비(29), 이미림(27)이 차례로 승전보를 전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유소연(27)은 4월 초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마저 제패하며 시즌 첫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더불어 생애 첫 세계랭킹 1위도 차지했다. 

그 사이 김세영(24)은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64강부터 결승까지 전승을 거두면서 ‘매치 퀸’에 등극했고, 김인경(29)은 6월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7월 들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슈퍼루키’ 박성현(24)이 LPGA 투어 첫 승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바로 김인경이 마라톤 클래식 우승으로 생애 첫 시즌 2승을 달성하는 샴페인을 터트렸다.

▲이미향. 사진제공=PGA of America


그리고 3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이미향(24)이 6타 차 열세를 이겨내고 우승,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승을 기록했다. 더욱이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9명은 모두 컷을 통과하는 고른 기량을 자랑했고, 공동 9위까지 상위 11명 중 우승자 이미향과 준우승한 허미정(28) 등 5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한국 국적 선수들이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꾸준히 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2015년에 세운 최다승(15승) 돌파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의 역대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2006년, 2009년의 11승과는 벌써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2015년의 경우 박인비가 5승, 김세영이 3승을 책임졌고, 최나연이 2승, 그리고 양희영, 김효주(21), 전인지(23), 최운정(27), 안선주(30)가 1승씩을 보탰다. 즉 박인비와 김세영 두 선수가 8승을 거둬 15승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는 모두 8명이었다.

이에 비해 ‘절대강자’가 없는 올 시즌에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 특정 한두 선수가 아닌, 여러 명의 합작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올해 위너스 클럽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는 2015년을 뛰어넘어 이미 9명이다. 그만큼 기량이 평준화됐고, 한국 선수 누구라도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올해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 중에서도 전인지나 허미정, 최운정 등은 여러 차례 우승 문을 두드리며 승수 추가가 머지않았음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 남은 대회는 메이저대회 2개를 포함한 13개다. 특히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유사한 코스와 날씨에서 개최된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강세를 보인 태극 낭자들은 오는 8월 3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우승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 한국 국적 선수 LPGA 투어 시즌 최다승 기록 >

1위. 2015년--15승 (메이저 3승)

2위. 2006년--11승 (메이저 1승)

     2009년--11승 (메이저 1승)

     2017년(진행중)--11승 (메이저 2승)

5위. 2013년--10승 (메이저 3승)

     2014년--10승 (메이저 2승)

'비행기 놓치고, 골프백 잃어버리고' 이미향, 파란만장 우승 스토리

입력 2017.07.31. 13:04 수정 2017.07.31. 14:46

LPGA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6타 차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달성한 이미향,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참으로 우여곡절 많은 우승이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미향(24·KB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미향은 3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 코스(파72·639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로써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이미향은 허미정(28)과 카리 웹(호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LPGA 투어 통산 2승째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원), 시즌 상금을 56만 8013달러로 끌어올리며 상금 순위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향 본인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우승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대회가 열린 스코틀랜드에 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24일 미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의 이륙이 지연됐다. 예정됐던 연결편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한참 기다린 뒤 다음 비행기를 타고 뒤늦게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엔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골프 선수에게 목숨과도 같은 골프백이다. 일단 골프백 없이 코스를 돌기로 했다. 다행히 8시간 쯤 지난 뒤 잃어버린 골프백을 찾았지만 첫 날 연습라운드는 남의 클럽을 빌려서 간신히 마쳤다.

이미향은 26일 하루 연습라운드를 소화하고 곧바로 경기에 나섰다. 낯선 코스에 연습도 부족했다. 경기가 잘 될리 없었다. 1, 2라운드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틀 동안 4오버파에 그쳤다. 간신히 컷을 통과했지만 우승은 언감생심이었다. 본인 스스로 “2라운드가 끝난 뒤 다음 주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의 연습이라도 한다는 심정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 3라운드에 4타를 줄이며 공동 6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선두에 6타나 뒤졌다. 게다가 선두는 ‘백전노장’ 카리 웹(호주)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행운의 여신이 이미향을 도왔다. 이미향이 착실히 타수를 줄인 반면 웹은 스스로 무너졌다. 15번홀까지 이미향에 2타 차로 앞섰던 웹은 16, 17번홀에서 보기와 더블보기로 3타를 잃고 자멸했다.

이미향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날 6타를 뒤집는 역전쇼를 펼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6타 차 역전 우승은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승 기록이다.

이번 대회는 오는 8월 3일 개막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전초전이다. 이미향으로선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키웠다,

162cm의 작은 키를 가진 이미향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키가 작으니까 골프를 포기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키는 작지만 근성은 작지 않았다. “가장 멋진 스윙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함평 골프고 재학 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쓰는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뒤 2012년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약한 이미향은 그해 시메트라 투어 신인왕에 등극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서 뛰어든 뒤 이듬해 2014년 미즈노 클래식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미향은 ‘스윙의 정석’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깔끔하고 안정된 스윙을 가졌다. 올시즌 초반 스윙이 흔들리면서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톱10에 진입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유소연과 조던 스피스을 지도하는 스윙코치 카메론 매코믹과 함께 스윙을 교정한 것이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이미향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며 ”1, 2라운드에서 샷 감은 좋았지만 퍼트가 잘 되지 않았다.3라운드부터 퍼트가 잘 되면서 오늘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주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2주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