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철 감독, 인터뷰 없이 씁쓸하게 퇴장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박지혁 기자 = 한국 여자 핸드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베테랑 골키퍼 오영란(44·인천시청)과
라이트윙 우선희(38·삼척시청)가 올림픽과 작별했다.
둘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파크 퓨처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핸드볼 여자 B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태극마크와의 인연도 접기로 했다.
앞서 4경기에서 1무3패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던 한국은 이날 1승에 대한 의지로 뭉쳐 28-22 승리를 거두며 1승1무3패
B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2004 아테네올림픽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역들로 전성기를 이끌었던 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올림픽 첫 예선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오영란과 우선희의 두 눈은 펑펑 울어 부어 있었다. 마지막 그리고 부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오영란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열심히 하자'고
주문했는데 후배들이 잘 극복했다. (1승을 거둬)대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대했던 성적은 아니다. 정말 예선탈락은 상상도 못했다.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꿈이었고,
오늘 경기가 첫 경기였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더했다.
여자 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땄다.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4강에 들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영란은 "올림픽에 5번째 나왔지만 예선탈락은 처음이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도 "후배들이 끝까지 열심히 했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우선희는 "나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계속 눈물이 났다"며
"마지막 경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는데 후배들이 잘 극복했다. 내가 선배로서 역할을 너무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8회 연속 올림픽 4강이 말해주듯 한국은 체력과 힘의 열세를 극복하고 핸드볼 강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최근 힘을
앞세운 유럽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고, 리우에서 쓴잔을 마셨다.
힘과 높이를 기본으로 깔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과거 한국의 장점이었던 스피드와 조직력까지 보완해 상당히 껄끄러워졌다.
오영란은 "우리가 약해지고, 유럽은 올라간 게 현실이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정말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하고
왔는데 이런 결과를 받았다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로 다시는 실패를 안 겪었으면 한다. 더 연습하고, 힘도 길러야 한다"며 "다시 예전 대한민국 핸드볼의
위상을 떨쳤으면 한다. 선배로서 이정도밖에 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우선희는 "이번 대회를 교훈으로 삼아서 열심히 한다면 2020 도쿄올림픽에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유럽 선수들의 덩치와 힘에 내가 많이 밀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제 아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냥 바라보며 응원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핸드볼의 위상을 높여준 선배 언니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끝이 아니다.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임영철 감독은 인터뷰 없이 공동취재구역을 씁쓸하게 빠져나갔다.
우선희는 "선생님께서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많이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다. 선생님에게 보탬이 됐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했다.
관계자는 "두 선수 모두 마지막까지 정말 고생이 많았다"면서도 "둘을 대체할 자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세대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