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里约奥运会 )

리우에세이]안한봉의 통곡, 김현우의 좌절, 러시아의 파워

含閒 2016. 8. 15. 20:35

리우에세이]안한봉의 통곡, 김현우의 좌절, 러시아의 파워

[일간스포츠] 입력 2016.08.15 06:00 수정 2016.08.15 06:00

 



  
편파 판정 논란이 이번에도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14일(한국시간) 늦은 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아레나2에서는 2016년 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이 열렸습니다. 매트 위에는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28)와 빨간색 유니폼을 갖춰입은 로만 블라소프(26·러시아)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김현우는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3-6, 3점 차로 밀려있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엎드린 블라소프의 가슴을 파고들던 그는 끝내 상대를 번쩍 뽑아들어 뒤로 한 바퀴 뒤집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4점을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현우는 자신의 기술이 성공한 듯 심판진을 바라봤고, 안한봉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만세를 한 채 매트로 뛰어나왔습니다. 블라소프 역시 패배를 직감한 듯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심판진은 대화 끝에 4점의 절반인 2점만 인정했습니다. 전광판은 5-6으로 적혔고요. 안 감독과 코치들은 "무슨 소리냐"며 달려나와 거센 항의를 했습니다. 억울한 듯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심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항의하는 한국 코칭스태프들에게 차례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보여줬습니다. '이제 그만하라'는 뜻이겠죠. 안 감독은 무릎을 꿇고 하늘을 보며 통곡했습니다

 


설상가상. 전광판 오류까지 나왔습니다. 심판진은 한국이 항의를 하자 김현우의 점수를 5에서 6으로 수정했고, 이어 상대의 점수도 1을 더하며 6-7로 만들었습니다. 관중 입장에서는 심판이 2점을 인정했다가 3점을 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죠.

문제는 상대에게도 준 의문의 1점이었습니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이 이유를 찾아나선 사이, 경기 직후 각종 온라인에서는 '옐로우 카드를 받은 한국 코치진때문에 상대에게 1점을 더 주고, 김현우에게 3점을 줬다', '전광판 오류다' 등 각종 의견이 난무했습니다. 하나, 경기 뒤 확인한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의 최종 스코어는 5-7이었습니다.

결국 김현우에게 2점을 인정했고, 상대에게는 1점을 추가한 것이죠. 이번에는 '상대방의 손이 바닥에 닿았기 때문에 2점이 맞다', '김현우가 같은 상황에서 손을 짚었으나 그때는 4점을 인정했다'며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김현우는 이번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노렸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66kg급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체급을 75kg급으로 올리며 땀을 흘려왔습니다. 석연치 않게 하늘로 날아가버린 지난 시간이 참으로 억울했을 것입니다. 김현우는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나갔습니다. 안 감독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코치들의 얼굴도 땀과 눈물로 범벅 돼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에 시련을 안긴 상대는 레슬링계에서 입김이 센 러시아였습니다. 안 감독은 "네나드 라로비치 세계레슬링연맹 회장은 세르비아 사람이지만, 실무 부회장이 러시아사람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서 받아야 할 포인트를 덜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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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태 중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감독 역시 경기 뒤 "김현우의 가로들기는 우리가 보기에는 4점짜리가 맞다"며 러시아의 '횡포'를 의심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 앞서 세계 스포츠계 망썰꾸러기로 낙인 찍혀있습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금지약물 복용 파문으로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기 때문인데요. 하필, 그레코로만형에서도 한국과 '악연'으로 묶이면서, 러시아를 향한 국내 스포츠 팬의 공분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겸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총 감독은 김현우 오심 논란과 관련해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관건은 블라소프가 팔을 짚었느냐다"며 "비디오판독을 해서 뒤집기는 힘들지만, 제소는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과를 바꾸기 쉽지 않을뿐더러 남은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흔들릴 때, 김현우는 마지막까지 냉정했습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인터뷰를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동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진정한 프로 스포츠맨 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서지영 기자, 피주영 기자=리우데자네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