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정약용의 하지 감상하세요(삼도헌의 한시산책 404)

含閒 2016. 8. 4. 09:20

정약용의 하지 감상하세요(삼도헌의 한시산책 404)


               





혜원 신윤복, <납량만흥(納凉漫興)>, 지본채색,  28.2×35.6㎝,  간송미술관  소장.




하지(夏至) / 정약용


 

 月於三十日(월어삼십일) 한 달은 삼십일 중에서 

 得圓纔一日(득원재일일) 둥글게 되는 날이 겨우 하루뿐이네.

 日於一歲中(일어일세중) 해는 일 년 동안에 

 長至亦纔一(장지역재일) 가장 긴 하짓날이 또한 겨우 하루일세.

 衰盛雖相乘(성쇠수상승) 성쇠가 비록 서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盛際常慓疾(성제상표질) 성할 때는 늘 빨리 지나간다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여름 무더위가 극성이다. 낮이 가장 긴 하지 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한 달 가운데 보름달은 단 하루뿐이고, 또한 일 년 중에 낮이 가장 긴 하지도 겨우 하루이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잠깐 사이에 지나간다. 일 년 가운데 양기가 가장 성한 하지에 이미 음의 기운이 절정인 동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처럼 음양은 이어지고 그 극점은 금방 지나가니 세상의 흥망성쇠도 잠깐이라는 점을 시적화자는 우회적으로 말한다.


   우리네 선비들은 여름 무더위가 성할 때 다양한 피서방법을 찾았다.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에서 더위를 피하는 여덟 가지 피서방법을 소개한다. 소나무 둑에서 활쏘기[松壇弧矢], 회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槐陰鞦遷], 빈 누각에서 투호하기[虛閣投壺],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淸簟奕棋],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西池賞荷], 동쪽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東林聽蟬], 비오는 날 한시 짓기[雨日射韻], 달밤에 탁족하기[月夜濯足] 등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이즈음이면 납량특집물을 선보인다. 납량(納凉)은 들일 납 자에 서늘할 량 자를 써서 서늘한 기운을 들인다는 뜻이다. 즉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와 같은 뜻이다. 방송사에서는 귀신이 등장하는 사극를 내보내면서 오싹하게 더위를 날려보낸다며 납량특집이라 한다. 그런가하면, 19세기 조선의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은 사대부들이 더위를 잊기 위해 여름물가에서 노니는 장면을 그린 납량만흥(納凉漫興)’이란 작품을 남겼다. 이 그림을 통해 조선 선비들의 여름보내기를 엿볼 수 있다. 아무리 날씨가 덥더라도 순식간에 지나가니 올여름에는 다산의 소서팔사 중 하나라도 실천해 보면 좋을 듯하다

 

   다산 정약용(茶山丁若鏞, 1762~1836)

   다산은 성호학파의 경학(經學)적 기초 위에 북학 사상을 수용한 전진적인 지식인상을 수립했다. 경학 사상은 독자적 경지를 개척했고, 정치사상도 민권 사상을 이론화하여 독창적이며, 성리학체계도 천리와 인륜 도덕을 완전히 분리하였고, 역사관도 실증적 학풍이다

 



삼도헌의 한시산책 404(2016. 8. 3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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