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슬럼프도 극복' 제임스 한은 PGA의 도전자
신발 팔며 생계 유지하다 골프 전념…2승 감격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재미동포 제임스 한(35)은 9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모든 것은 다 나의 아내 덕분이다"라고 아내 스테파니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우승 전까지 8개 대회 연속으로 컷 탈락하는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나 우승까지 거머쥔 배경에는 가족과 주변의 지원이 있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제임스 한은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클럽(파72·7천575야드)에서 열린 웰스파고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로베르토 카스트로(미국)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두 번째 PGA 투어 우승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까지 약 15개월이 걸렸다.
특히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2연패'를 노렸던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잇달아 컷 탈락한 이후로 지난주 취리히 클래식까지 8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을 통과하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제임스 한은 "한동안 자신감을 잃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최선을 다하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좌절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자칫 PGA 투어 출전권을 잃고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뛰어야 할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제임스 한은 "아내에게 '난 거기서 못 뛰어. 못 하겠어'라고 말했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충분히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PGA 투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고 절박했던 심정을 전했다.
이런 불안감을 떨치게 해준 마음가짐도 설명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믿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나는 계속해서 '나는 충분히 잘하고, 이곳에 속해 있다'고 되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캐디인 마크 어바닉과 오랜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고 자신감을 재충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진을 끝내자'라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힘들었던 과거도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제임스 한은 "'다시 생계를 위해 신발을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 골퍼 생활을 했다가 통장 잔고를 다 써 버리는 바람에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신발 가게에서 신발 판매·유통·고객 응대 업무를 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골프장에 있는 골프용품 판매장에서도 일했다.
그는 "투어를 쫓아 여행비와 호텔 경비를 대려면 비용이 많이 들었다. 광고회사는 생계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꿈과 생계 중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었다. 이후 신발 판매일을 그만두고 골프에 전념했다.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웹닷컴 투어부터 차근차근 프로의 길을 걷던 제임스 한은 지난해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첫 우승을 거두며 2016∼2017시즌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날 생애 두 번째 우승컵과 함께 130만 달러 상금도 차지했다. PGA 투어 참가 자격도 2년 연장했다.
그는 "나는 대단한 팀과 함께하고 있다"며 아내 스테파니와 14개월 된 딸 카일리, 캐디 어바닉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임스 한이 첫 우승을 거둔 이후 약 3주 후에 태어난 딸 카일리는 이날 직접 대회장에서 아버지의 2승을 지켜봤다.
제임스 한은 2013년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추면서 화제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이날 우승 직후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나, 기자회견에서는 캔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며 기자들에게 '좀 드시겠어요?'라고 권하는 등 특유의 유쾌한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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