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구의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삼도헌의 한시산책389)
조선시대 이명기, <송하독서도>, 종이에 채색, 103.8×49.5cm. 삼성리움미술관 소장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少臥松陰下作] -早秋㱕洞陰弊廬。晩步溪上作三首 중 其三-
李書九(이서구)
讀 書 松 根 上 (독서송근상) 卷 中 松 子 落 (권중송자락) 支 筇 欲 歸 去 (지공욕귀거) 半 嶺 雲 氣 作 (반령운기작)
솔뿌리 위에서 책을 읽고 있으니 책 속에 솔방울이 떨어지네 지팡이 짚고 돌아가고자 하는데 고갯마루에 구름이 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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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선비들은 유난히 소나무를 좋아한다.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소나무는 고절(高節)한 기상, 웅장한 기품, 늘푸른 성정(性情), 천 년을 사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한국인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백목지장(百木之長)이며 만수지왕(萬樹之王)으로 사랑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그렇기에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색하거나 독서를 하는 선비들이 많았다. 이서구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 시는 이서구가 경기도 포천의 백운계(白雲溪)를 지나 서강의 입구에 이르러 잠시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 독서하다 지은 시로 척재집(惕齋集)에 실려있다. 길을 걷다 솔뿌리가 솟아오른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펼치니 책 위에 솔방울이 떨어진다. 독서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어느새 산마루에는 저녁구름이 걸린다. 지팡이를 짚고 길을 재촉한다. 그는 중국의 왕유나 도연명과 같이 자연과 더불어 지내려는 심정을 자신의 시 속에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서도 속세의 티끌이 제거된 선(禪)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박지원은 “심령(心靈)이 일찍부터 열려, 슬기로운 식견이 구슬과 같다.”고 그의 시세계를 평했다.
이서구(李書九, 1754(영조30)~1825(순조25)
본관은 전주. 자는 낙서(洛瑞), 호는 척재(惕齋)·강산(薑山). 이서구는 시에 능해 이덕무·유득공·박제가와 함께 사가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16세 때부터 박지원(朴趾源)의 문하에서 학문과 문장을 배웠다. 그는 사가시인 가운데 유일한 적출이었고 벼슬도 순탄했다. 1774년(영조 50) 정시문과에 급제한 뒤 사관을 거쳐 지평·초계문신에 선발되었고, 대사성·대사간·이조판서·호조판서·대사헌·우의정을 지냈으며, 1825년 판중추부사로 재직하다 죽었다. 그의 시는 혁신적이거나 현실적이기보다는 대개 관조하는 자세로 주위의 사물을 관찰하며 고요함을 얻으려 한 것들이 많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삼도헌의 한시산책 389(2015년 9월 20일 재발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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