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E조/ 한국-스페인] 태극낭자, WC사상 첫승과 16강 이루다
윤덕여호가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뒀다. 월드컵 첫승과 더불어 2015 캐나다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을 한꺼번에 이루는 쾌거를 이룩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18일 오전 8시(한국시각) 오타와 랜스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캐나다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E조 3차전에서 벌어진 스페인전에서 28분 빅토르 로사다에게 먼저 실점하며 끌려가다, 후반 8분 조소현, 후반 33분 김수연의 연속골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1무 1패로 E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던 한국은 스페인전 승리를 통해 1승 1무 1패(승점4)를 기록, 2위로 뛰어오르며 16강에 진출했다. 대회 첫승과 16강 진출 모두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의 일이다.
전반전에는 일방적으로 밀렸다.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볼 소유를 지켜낸 스페인과 달리 한국은 패스와 볼 간수가 전혀 되지 않아 이렇다 할 공격 전개도 하지 못했다. 박은선을 향한 긴 패스 역시 문제였다. 박은선에게 볼이 연결되어도 선수간 간격이 워낙 넓은데다 위치마저 좋지 못하다 보니 연계를 전혀 펼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자기 진영에서부터 스페인 진영에서 눌리며 전반 45분을 보내야 했다.
전반 2분 만에 스페인 왼쪽 날개 알렉시아 푸테야스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이어받은 나탈리아 파블로스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왼쪽 골문 기둥을 스치는 등 아찔한 실점 위기가 연출됐다. 거세게 한국 수비진을 두들기던 스페인은 전반 29분 왼쪽 측면에서 김혜리의 수비를 뚫은 마르타 코레데라의 컷백을 주장 로사다가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1점 차로 앞선 스페인은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3분 후에는 푸테야스가 왼쪽 측면에서 넘긴 크로스가 나탈리아에게 연결되어 또 골 넣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김정미가 가까스로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으나 김혜리가 책임지고 있는 오른쪽 측면에서 결정적 실점 위기가 자꾸 연출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좋지 못한 현상이었다.
수세에 몰리던 한국은 후반전이 되어서야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후반 5분 지소연이 골키퍼와 맞서는 장면을 만들면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3분 후 지소연의 침투 패스를 받은 강유미가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어렵게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에 자리하고 있던 조소현이 머리를 대어 동점골을 만든 것이다. 이 골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양 팀 벤치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포스트플레이에 주력하던 박은선을 빼고 유영아를 투입하며 공격 속도를 더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이겨야 16강을 넘볼 수 있었던 스페인이 후반 10분 로사다를 빼고 실비아 메세게르, 후반 18분 파블로스를 빼고 소냐 베르무데스 등 공격 자원을 거푸 투입하며 다시 골을 노렸다.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던 양 팀의 균형이 한국으로 기운 시점은 후반 33분이다. 교체 투입된 김수연이 전가을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가 그대로 스페인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직접 골문을 노리지 않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유영아에게 연결하고자 했던 크로스가 골로 연결된 것이다. 이 골이 한국 여자 축구의 월드컵 첫승과 16강행을 만들어냈다. 전반전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던 윤덕여호가 원하던 목표를 극적으로 이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