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다산의 산행잡구(삼도헌의 한시산책 327)

含閒 2015. 5. 18. 10:07

다산의 산행잡구(삼도헌의 한시산책 327)


 


 

  

 

 

산행잡구(山行雜謳) 其一

 

다산 정약용

 

 

 

 

 無計留春住(무계류춘주)        봄을 머물러 살게 할 방법이 없으니

  何如迎夏來(하여영하래)        오는 여름 맞이하는 것이 어떤가 

 

  也知僧院好(야지승원호)        알겠다, 승려들의 집이 좋겠구나 

  

  山裏有亭臺(산리유정대)         산 속에 정자와 누대가 있으니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벌써 봄날이 가고 성큼 여름이 다가오려는지 봄꽃들이 지고 있다. 예로부터 소한부터 곡우까지 닷새마다 꽃을 피우면서 꽃소식을 전하는 꽃바람이 24번 불어온다고 하여 이를 이십사번풍(二十四番風), 혹은 화신풍(花信風)으로 일컬었다. 동고잡록(東皐雜錄)에는 이른 봄날 매화풍부터 늦봄의 연화풍까지 불면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시작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곡우??대략 4월 하순이니 이때가 되면 여름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에 지은 <산행잡구(山行雜謳)> 20수 가운데 오늘 소개하는 첫째 수에는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구절이 보인다. 시적화자는 봄을 붙잡아둘 계교 없으니 / 오는 여름 맞이할 수밖에라고 읇조리고 있다. 일찍이 송한필이 우음(偶吟)에서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花開昨夜雨)/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는구나(花落今朝風)/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可憐一春事)/바람과 비속에서 오고가는구나(往來風雨中)”라고 노래했듯이 잠깐 사이에 봄날은 가는듯하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아무리 화려한 꽃도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지 못하고 우리네 삶도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는 봄에 대한 석춘(惜春)의 심정은 다산과 우리가 다르지 않은가 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 1836)

  정약용의 자는 미용(美鏞). 호는 다산(茶山여유당(與猶堂채산(菜山). 근기(近畿) 남인 가문 출신으로, 정조(正祖) 연간에 문신으로 활동했고,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으로 인해 유배생활을 하였다. 유배기간 동안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 經世遺表·牧民心書·欽欽新書) 등 모두 500여 권에 이르는 저술활동을 하였고, 이를 통해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다. 정조의 총애 속에 경기암행어사, 병조참지(兵曹參知), 형조참의(刑曹參議) 등을 두루 역임했고, 수원성을 설계하는 등 기술적 업적을 남겼다.

  다산은 조선의 개혁을 위해 선진유학을 비롯한 여러 사상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불교와 서학에 대한 연구도 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실학사상을 집대성함으로써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도헌의 한시산책(http://cafe.daum.net/callipia)

 

                                                          327(201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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