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상엽 교수팀, 네이처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대장균에서 직접 가솔린(휘발유)을 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대장균이 포도당을 먹고 가솔린을 배출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형태의 화합물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인 '대사공학'을 이용해 대장균의 지방산 대사회로를 '석유공장'으로 바꿔 놓았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결과는 30일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이 대장균으로 생산한 가솔린은 별도의 조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솔린과 일부 구성이 다르지만 같은 성능을 낸다.
대장균의 먹이인 포도당은 옥수수, 나무 등 '바이오매스'(생물 에너지원)에서 추출했다. 바이오매스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공짜 에너지'인 태양빛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자원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의 관건은 가솔린처럼 사슬길이가 짧은 알케인(Alkane·사슬형태 탄화수소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다. 가솔린은 4∼12개의 탄소로 이뤄진 알케인이다.
자연 상태의 대장균에서 긴 사슬 알케인을 얻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긴 사슬 알케인을 가솔린으로 바꾸려면 크래킹(cracking)이라는 분해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2010년 미국에서 미생물로 알케인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바 있지만, 이 알케인은 탄소 사슬의 길이가 13∼17개인 '바이오 디젤'에 해당했다.
연구팀은 지방산 길이를 원하는 목적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효소를 새로 발견하고, 개량된 효소를 대장균에 적용해 미생물에서는 생산하기 어려운 짧은 길이의 지방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 이 짧은 길이 지방산을 가솔린으로 바꾸는 추가 대사반응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효소들은 다른 균이나 식물에서 가져와 조합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대장균을 배양해 배양액 1ℓ당 약 580㎎의 가솔린을 생산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바이오 화합물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바이오매스를 전환해 바이오 연료나 계면활성제, 윤활유 등의 원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화학산업을 기존의 석유 기반에서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상엽 교수는 "아직 생산효율은 매우 낮지만, 미생물을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가솔린을 처음으로 생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가솔린의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차세대 바이오매스 연구단(양지원 단장)과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가솔린을 생산하는 대장균의
대사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