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도중(途中) 권필(權韠)

含閒 2013. 9. 2. 11:07

도중(途中)                    권필(權韠)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 해 저물어 외로운 여관에 드니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지 않았네.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 닭이 울어 앞길 묻노라니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 누런 잎만 사람 향해 날아드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기운이 약해지면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수목의 푸른 잎들도 낙엽되어 지상에 내려앉을 채비를 한다.

 

가을을 맞으면서 석주 권필의 시 한 수를 소개한다.

 

 

 

술과 시에 젖어 한 평생을 보내면서 당시(唐詩)에 정통했던 석주는

 

가을날 깊은 산속의 주막을 지나면서 느낀 감회를 한 편의 시로 읊조렸다.

 

종일 길을 걸어온 과객이 뉘엿뉘엿 해가 진 뒤 산 속의 주막에 이른다.

 

늦은 시간까지 사립문을 열어놓아도 걱정없는 편안한 공간이다.

 

새벽녘 닭이 울자 길을 물어 나서려는데 누런 낙엽이 떨어진다.

 

 

 

광해군 시절의 부조리한 현실을 떠나 벼슬을 멀리하면서 술과 시로 세월을 보내면서

 

적막한 삶에서 느낀 소회와 계절의 변화를 조화시켜 자신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권필(權韠, 1569∼1612)

 

조선 중기의 문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본관은 안동(安東). 정철(鄭澈)의 문인(門人)이었다.

 

그는 시와 술을 벗삼으면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으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문인들의 추천으로 제술관(製述官) · 동몽교관(童蒙敎官)으로 임명되었으나

 

나가지 않고, 강화(江華)에서 사람들을 지도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광해군의 비(妃) 유씨(柳氏)의 아우 유희분(柳希奮) 등의 방종한 행태를 보고

 

이를 풍자한 궁류시(宮柳詩)를 지어 당시 조정을 비방하였다.

 

광해군에게 이 시가 발각되어 해남으로 귀양가던 중

 

행인들이 동정하여 주는 술을 폭음하여 44세의 나이에 죽었다.

 

저서로 석주집(石洲集)과 한문소설 주생전(周生傳)이 전하고 있다.

 

2013년 8월 31일 발송(삼도헌의 한시산책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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