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飮酒 陶淵明

含閒 2013. 9. 2. 12:05

飮酒                   陶淵明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초가를 지어 마을에 살고 있으니 수레의 시끄러움도 없네

묻노니 그대는 어찌해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머니 땅이 절로 외지구나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서 고요히 남산을 바라보네

산의 기운 저녁이라 아름다운데 나르는 새들도 서로 짝지어 돌아가네

이런 속에 참된 뜻 들어 있으니 말로 표현하고자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飮酒 五> 陶淵明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中有眞意, 欲辨已忘言

술을 마시고

사람들 왕래 빈번한 곳에 초가집을 지었어도

수레소리 말발굽소리 전혀 들리지 않더라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어오니

마음이 저 멀리 있으면 땅 또한 편벽될 수밖에 없지 않소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을 꺽어

조용히 몸을 돌려 남산을 바라본다

산의 풍광은 해질녘이 좋으니

날아다니는 새들도 쌍쌍이 돌아온다

이런 자연의 모습 속에 참된 뜻이 숨어 있으니

그걸 말로 하고자 하여도 이미 할 말을 잊었도다

도연명(陶淵明 365~427) : 동진(東晋) 말년의 시인. 다른 이름은 잠(), 자는 원량(元亮). 지금의 강서성 구강(九江)시인 심양(潯陽) 시상(柴桑) 출신. 세상 굽신거리며 사는 것이 싫어서 다 때려치우고 귀농했지만, 농사라고 쉬운 일이던가. 고생고생하다가 친구가 술한잔 산다면 "취하기를 기약하며" 술을 흡입하곤 했지. [귀거래사] [도화원기] 등의 글은 친구들도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시는 아니지만 [도화원기]를 강독해보마.

飮酒: 도연명의 음주시는 모두 20수가 있는데 이 시는 그 5번째 시이다. 음주라고 제목한 시들은 모두 도연명이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지은 것들이기 때문에 제목은 음주이지만 음주와 관계없이 자신의 지향(志向)을 기록한 것도 있다.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結廬 : 맺을 결, 오두막집 려. 오두막집을 짓다. ‘얽어 만들다, 짓다의 의미.

: 있을 재. “~~에서라고 번역한다.

人境 : 사람들이 살고 있고 자주 다니는 곳. 도연명은 산속에 은거하지 않고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었지만, 도시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을 전혀 인식하지 목했다.

: 말이을 이. 역접도 되고 순접도 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그러면등등으로 번역된다.

車馬 : ‘차마라고 읽지 않고 거마라고 읽는다.

: 시끄러운 소리.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 한복판(人境)() 작은 오두막집을 한 채 지었다(結廬), 우리네로 치자면 종로 한복판에 집을 한 채 지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버스소리, 술 취해 떠드는 소리 등등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車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 글자를 따라가면서 해석이 가능하신지?)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 임금 군. “그대라는 2인칭 대명사로 사용되었다.

何能爾 : 어찌하, 능할능, 그러할 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과 같은 의미.

: 멀 원.

: 편벽되다. 또는 청정(淸淨)하다.

그러니 이런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나한테 물어볼 밖에. 뭐라고 묻느냐? “너한테 한마디 물어보겠는데(問君).... 어떻게() 그러할(종로 한복판에 집을 지었는데 아무런 잡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 수가 있는가()?” 당연히 이렇게 물어보지 않겠는가? 그러자 도연명이 대답한다. “내 마음이 저 멀리 사람도 안사는 달나라처럼 먼곳에 가 있으니(心遠)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저절로() 편벽된 곳이 되어버리는 것이야()”라고. 참으로 쉬운 듯 어려운 말이야. 이해는 가면서도 절대 실천은 안되거든. 원효 스님의 일체유심조라고 할까?ㅎㅎ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採菊 : 캘 채, 국화 국. 말 그대로 국화꽃을 따다는 뜻이다. 모든 시인이 봄의 꽃을 읊었는데 도연명만이 가을 국화를 읊었기 때문에 국화+도연명을 셋트로 묶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東籬下 : 동녘 동, 울타리 리. 직역만 하기로 하자. “동쪽 울타리 아래라는 의미이다. 이 세 글자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는 풀이도 있는데, 도연명이라는 시인 자체가 굉장히 담백하다”. 그러니 이 세 글자도 그냥 글자의 원 뜻대로만 해석하자.

悠然 : 멀 유. ‘자는 유유자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자는 형용사 뒤에 붙으면 “~~하는 모습이라는 의태어가 된다. 따라서 유연이라 하면 유유자적 하는 모습” “유유자적하듯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즉 마음의 여유가 있는 모양. 유유히 자득(自得)하는 모양이다.

見南山 : 볼견. 남산을 바라본다.

도시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의 생활이면 굉장히 바쁠 것도 같은데, 도연명이 하는 일이라고는 울타리 밑에 피어있는 노란 국화꽃을 한 송이 따서 그 국향을 음미하더니 고개를 살짝 돌려 저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 바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유유자적 전원생활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도시 한복판에서 도사의 풍모를 풍기며 살아가는 그 사람이 바로 진정한 도사가 아니겠는가.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山氣 : 메 산. 기운 기. 산의 기운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산의 풍경이라고 번역한다. 또는 산에 끼는 안개나 노을 등등으로 번역될 때도 있다. 산의 전체적인 느낌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日夕 : 황혼 녘.

: 아름다울 가. 이 구절을 해석하자면 산의 전체적인 느낌은 황혼 녘이 가장 아름답다.

飛鳥 : 날 비, 새조. 날아다는 새.

相與還 : 서로 상, 더불 여, 돌아올 환. 서로 더불어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다. 때가 되면 미물인 짐승들도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잘 안다. 이것을 알지 못하고 이것을 거스르는 짐승이 바로 인간이지. 산이 가장 아름다운 그 시간에, 붉은 노을을 가르면서 쌍쌍이 새들도 집을 찾아든다. 도연명은 이렇듯 식물과 자연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그 자연 속에서, 그리고 인간을 멀리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뭉쳐진 도심 한복판에서 이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사는 조화로움을 노래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물아일체이다.

此中有眞意, 欲辨已忘言

此中 : 5구에서 제 8구까지. 즉 자연과 자신이 완전한 물아일체를 이룬 경지.

有眞意 : (인생의, 자연의, 우주 삼라만상의) 참된 뜻이 들어 있다. ‘眞意는 대자연 속에서 깨닫게 된 진정한 의미이다.

欲辨 : 하고자할 욕, 분별할 변. 말로써 설명(표현)하다. ‘말잘할 변이다. ?장자(莊子)?라는 책을 보면 大辯不言이라 하였다. 이 장자 구절의 의미는 지금 읽은 시를 되새기면서 각자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기 바란다.

已忘言: 이미 이, 잊을 망, 말씀 언. “이미 말을 잊었도다

결혼하고 나면 후회가 앞서지만, 결혼하기 전에 저 여인이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며 싱글벙글한다. 너무 사랑이 크기에 인간의 불완전한 언어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부처님이 보리수 밑에서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 자체가 장황해진다. 깨달음은 순간이지만 그 깨달음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도대체 인간의 언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그렇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고 싶어도 어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그 조차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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