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또 하루 해는 지고 이 태수

含閒 2013. 7. 10. 10:52

또 하루 해는 지고       이 태수


또 하루 해는 지고
그는 풀어져 걷는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빛깔의 옷을 입고, 같은 무늬의
시름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걸어간다.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손을 잡으며, 오직 홀로, 섬에서, 눈을 뜬다.
술에 젖으면 아득해지고
아득한 마음이 더욱 아득해져서
거리에서 꿈길로, 꿈길에서 집으로,
빗장을 걸고 이불 속으로……
술을 끊기로 한다. 안 끊기로 한다. 술잔 속에는
길이 있어 문득 하늘로 트인다. 그러나
눈을 들어 보면 길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고…… 멀리 가까이, 그의
섬에는 동백꽃, 빨간 꽃잎이 탄다.
비비새와 함께 그는
빈 나무의 얼음꽃 사이를 빗겨 날은다.
천장엔 엉키는 사방연속무늬,
그리고 빈 술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