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최해의 연꽃(삼도헌의 한시산책 301)

含閒 2013. 7. 10. 10:30

최해의 연꽃(삼도헌의 한시산책 301)

 

연꽃[風荷] / 최해(崔瀣)

 

淸晨罷浴 (청신재파욕)    맑은 새벽에 겨우 목욕을 마치고

臨鏡力不持 (임경력불지)   거울 앞에서 힘을 가누지 못하네

天然無限美 (천연무한미)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이란

摠在未粧時 (총재미장시)   전혀 단장하기 전에 있구나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여름 무더위가 한창인 이맘 때 피기 시작하는 꽃이 연꽃이다. 새벽에 바라보는 연꽃의 자태는 곱기 그지없다. 이 시의 제목은 풍하(風荷)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이다. 시인은 연꽃을 의인화하여 그 맑은 자태를 찬미하고 있다. 일찍이 송나라의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잔물결에 씻기워도 요염치 아니하며, 속은 비었고 겉은 곧으며, 덩굴치지 않고 가지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심어져 있어 멀리서 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에서 함부로 할 수는 없다고 예찬하였다. 이 가운데 문인화가들이 화제로 즐겨 사용하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말은 군자의 우정을 말할 때 많이 쓰기도 한다. 은근하지만 멀리까지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군자의 향기, 그래서 군자들이 애호하고 완상하는 꽃이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수면 위로 봉긋이 자태를 드러내는 연꽃, 마치 방금 목욕을 끝내고 몸을 닦는 예쁜 아가씨와 같다고 말한다. 정성껏 분단장을 할 시간, 거울 앞에 앉자 기운이 빠져 화장할 생각을 못하고 멍하게 앉아있다. 여기서 시인이 말한 거울은 바로 수면이다. 수면에 비친 연꽃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꾸밀 수 없는 천연이다. 화장을 하고나면 오히려 지워질까 걱정을 하면서 꾸미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고귀한 꽃이라고 노래한다.

최해(崔瀣, 1287(충렬왕 13)1340(충혜왕 복위 1)

고려 후기의 문인.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언명보(彦明父) 또는 수옹(壽翁). 호는 졸옹(拙翁) 또는 예산농은(猊山農隱). 시호는 문정(文正). 최치원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민부의랑(民部議郎) 백륜(伯倫)이며, 어머니는 대호군(大護軍) 임모(任某)의 딸이다. 그는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학유를 거쳐서 예문춘추검열(藝文春秋檢閱)이 되었다. 장사감무(長沙監務)로 좌천되었다가 뒤에 예문춘추주부로 기용되었다. 장흥고사(長興庫使)에 임명된 뒤에 1320(충숙왕 7)안축(安軸이연경(李衍京) 등과 함께 원나라의 과거에 응시해 그만 급제하였다. 1321년 요양로개주판관(遼陽路蓋州判官)이 되었다. 5개월만에 병을 핑계하고 귀국하였다. 예문응교(藝文應敎검교(檢校성균관대사성이 되었다. 말년에는 사자갑사(獅子岬寺)의 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며 저술에 힘썼다. 그는 평생을 시주(詩酒)로 벗을 삼았다. 이제현(李齊賢민사평(閔思平)과 가까이 사귀었다. 그가 노년에 지은 예산은자전猊山隱者傳은 자서전이다. 말년에는 저술에 힘써 고려 명현의 명시문을 뽑아 동인지문東人之文25권을 편찬하였다. 그가 남긴 문집은 졸고천백拙藁千百2책이다. 1930년에 영인되었다.

2013년 7월 10일 발송/ 삼도헌의 한시산책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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