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관련(高尔夫球關聯)

캐디가 나침반을? 안선주 '황당 실격'

含閒 2013. 6. 24. 15:15

캐디가 나침반을? 안선주 '황당 실격'

22일 日니치레이디스 2R 해프닝
2001년 브리티시오픈 4R 우즈넘, 캐디가 클럽 15개 넣어와 2벌타
홍순상 캐디는 남의 백에 넣기도

동아일보 | 입력 2013.06.24 03:05 | 수정 2013.06.24 09:09

[동아일보]

일본 투어에서 11승을 거둔 안선주(26·사진)가 캐디의 실수로 황당한 실격을 당했다. 캐디가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게 실격 이유였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일본 골프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22일 일본 지바 현 소데가우라CC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니치레이디스 2라운드. 안선주가 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 전 캐디는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기 위해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이 캐디는 프로선수 전문 캐디가 아니라 이 골프장에 소속된 하우스 캐디였다. 평소 주말 골퍼들을 보조할 때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나침반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반 플레이 선수의 캐디가 전반이 끝난 후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경기위원회는 캐디에게 사실 확인을 한 뒤 안선주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골프규칙 14조 3항 '인공의 장치와 비정상적인 용구'에는 "플레이어가 라운드 중 바람의 방향이나 잔디 결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은 규칙에 위반된다"고 명기되어 있다. 안선주는 남은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골프장 측은 지배인 명의로 즉시 안선주와 대회 주최 측에 사과를 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캐디에 대한) 지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캐디의 실수로 선수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언 우즈넘(웨일스)이 캐디가 15개의 클럽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2벌타를 먹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14개의 클럽까지만 캐디백에 넣을 수 있다. 우즈넘은 캐디의 실수를 감싸 안았지만 그 캐디는 2주 후 스웨덴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에서 지각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해고됐다.

2011년 한국 투어 매경오픈에서는 홍순상이 캐디가 다른 선수 캐디백에 클럽을 집어넣는 바람에 2벌타를 먹고 컷오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한국 여자 투어에서는 당시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이 캐디의 실수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캐디가 놓아둔 골프백이 하필 홀 방향으로 서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먹었고, 결국 연장전 끝에 패했다. 200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는 마크 윌슨(미국)이 캐디가 동반 플레이를 펼친 다른 선수에게 조언을 해 줬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다. 그렇지만 윌슨은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며 해피엔딩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