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길재의 술지(삼도헌의 한시산 책 180)

含閒 2011. 11. 21. 11:42

길재의 술지(삼도헌의 한시산 책 180)

 

 

 

평생의 뜻(술지, 述志)


                                               길재(吉再  1353 - 1419)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 시냇가에 초가지어 홀로 한가로이 사니,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 달빛 희고 바람 맑아 흥이 남아 있네.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 손님 찾지 않아도 산새들이 지저귀니,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 평상을 대밭으로 옮기고 누워서 책을 보노라.

 

 


  어구의 뜻

 

  술지(述志) : 뜻을 술회함. 평생의 뜻을 말함.

  임계(臨溪) : 시냇가에 다달음.

  흥유여(興有餘) : 매우 흥겹다. 흥취가 남아 있음.

  외객불래(外客不來) : 기구의 '독한거'와 연결.  외객(속세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의미.

  산조어(山鳥語) : 산새가 지저귀다. 산새의 지저귐을 의인화한 표현.

  죽오(竹塢) : 대나무가 있는 언덕, 대밭.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1구에서  작자는 벼슬을 버리고 시골 시냇가에(臨溪) 초가집(茅屋)을 지어 한가롭게

              살고閑居) 있으면서  학문에 정진하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2구에서  작자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버리고 눈처럼 하얀 달과 맑은 바람 같은

              자연과 벗삼으며 그 속에 동화되어 여유로운 흥취를 즐긴다.

              마음을 비우면 느껴지는 무진장의 보고인 자연속에서

              진정한 흥취를 찾고 있는 것이다.

 

3구에서 작자는 초야에 묻혀 살면서 권력과 부와 관계없이 학문에 몰두하고 있으니

             외부에서 손님이 찾지 않는다. 속세와 등지고 자연 속에서

             산새와 이야기를 나누는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벼슬을 버리고 사는 사람과 벼슬을 얻기 위해 은둔하는 사람의 삶은 다른 것이다.

 

4구에서 책읽기 좋은 곳을 고른 작자는 자유롭게 평상에 누워 책읽기를 즐긴다.

             우리는 자연에 묻혀사는 즐거움과 얽매임 없이 자유자재한 대학자의

             구속되지 않은 삶을 엿볼 수 있다. 즉 이 시를 통해 작자는 속세를 떠나

             산림속에서 자연을 벗하며 학문에 전념하는 전원의 한가로운 삶을

             한폭의 문인화처럼 잔잔한 여백을 남기면서 우리 앞에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길재는 고려 말, 조선 초의 성리학자로 호는 야은(冶隱) · 금오산인(金烏山人).

           구미 출생. 1363년 도리사(桃李寺)에서 처음 글을 배웠으며, 

           관료로 있던 아버지가 있던 개경에 갔다가 이색(李穡)·정몽주(鄭夢周)·권근(權近)

           등의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다. 1386년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후에 성균박사(成均博士)로 승진하였다.

           조선이 건국된 뒤 1400년(정종 2)에 이방원(李芳遠)이 태상박사(太常博士)에

           임명하였으나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뜻을 말하며 거절하였다.

 

           세상의 영달에 뜻을 두지 않고 성리학을 연구하였기 때문에 그를 본받고

           가르침을 얻으려는 학자가 줄을 이었으며, 김종직(金宗直) · 김굉필(金宏弼) ·

           정여창(鄭汝昌) · 조광조(趙光祖) 등이 학맥을 이었다. 

           문집에 《야은집》 《야은속집(冶隱續集)》, 언행록인

          《야은언행습유록(冶隱言行拾遺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