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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보내는 편지

含閒 2011. 10. 24. 14:05


[전문]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보내는 편지

뉴시스 손대선 입력 2011.10.24 13:21

 




【서울=뉴시스】정리/손대선 기자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4일 오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단일화 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만나 "상식에 기반하고 누구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정을 펼쳐달라"고 지지의사를 전한 뒤 자신의 생각이 담긴 편지를 박 후보에게 전달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1955년 12월 1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로자 파크스'라는 한 흑인여성이 퇴근길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시 후 비좁은 버스에 백인 승객이 오르자 버스 기사는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거부했고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흑인에게 법적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870년이었지만, 흑인이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데는 그로부터 85년이 더 필요했고, 그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바로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후에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이었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선거'는 바로 이런 '참여'의 상징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55년 전의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처럼, 우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참여야 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천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고 이른 아침 투표장에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 드림 

 

 

48일만에 눈에 띄게 달라진 안철수의 3가지

헤럴드경제 | 입력 2011.10.25 09:36 | 수정 2011.10.25 09:4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공식적으로 생애 두 번째 '정치행위'를 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범야권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 대한 재차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9월 박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이래로 48일만이다.

50일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안 원장은 '정치인 안철수'로 한층 진화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선 과감성이 눈에 띠게 달라졌다. 안 원장이 이날 박 후보의 종로구 안국동 선대위 사무소를 직접 방문할 것이라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박 후보의 캠프 측에서도 안 원장이 '제3의 장소'에서 지지를 표명하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예상을 깨고 2시간 전에 방문 계획을 박 후보에게 직접 통보, 경기도 수원 연구실에서 곧장 사무소로 달려오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안 원장이 박 후보에게 건낸 편지를 놓고서는 그의 '첫번째 정치 작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편지라는 형식과 내용을 볼 때 안 원장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차기 대권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편지를 통해 언급한 '로자 파크스(Rosa Parks)'의 사례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5년 상원의원 시절부터 각종 연설에서 인용해온 것이다. '변화', '새로운 시대', '미래', '바꿈', '전환점'이란 용어도 여러차례 사용했다. 이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Change(변화)'를 대표 슬로건으로 사용했다는 점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안 원장이 국내 정치권에서 볼 수 없던 편지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소구(訴求)를 했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편지 정치'를 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무거워진 입'도 변화한 모습이다. 과거 취재진의 물음에 일일이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날 안 원장은 어떤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박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안 원장이 불필요한 말로 정치적인 오해를 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 원장이 이날 "투표율이 60%가 넘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선 아직 정무적인 감각은 부족한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 측은 "덕담 차원에서 하신 것"이라고 했지만,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상 사실상 도달이 불가능한 높은 수치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 서경원 기자@wishamer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