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新製布裘 / 白居易

含閒 2011. 7. 25. 16:07

新製布裘(신제포구) 새로 지은 옷을 입고 白居易

 

 

 

 

桂布白似雪(계포백사설)   계림에서 나는 무명베는 눈처럼 하얗고,

吳綿軟于雲(오면연우운)   소주의 비단 솜은 구름같이 부드럽다네.

布重綿且厚(포중면차후)   좋은 베에 부드러운 솜 두텁게 넣어,

爲裘有餘溫(위구유여온)   겨울옷 만드니 넉넉히도 따습구나.

朝擁坐至暮(조옹좌지모)   아침에 입고서는 저녁까지 껴 앉고,

夜覆眠達晨(야복면달신)   야밤에 덮고서는 새벽까지 잠 잘 든다.

誰知嚴冬月(수지엄동월)   그 누가 알리오! 이렇게 매서운 겨울에,

肢體暖如春(지체난여춘)   온몸 사지육신이 봄처럼 따뜻함을!

中夕忽有念(중석홀유념)   한밤중 문득 떠오른 생각 있어,

撫裘起逡巡(무구기준순)   일어나 옷 어루만지며 서성거린다.

丈夫貴兼濟(장부귀겸제)   사나이 대장부 세상 구제하는 일 귀히 여겨,

豈獨善一身(개독선일신)   어찌 이내 한 몸만 위할 소냐?

安得萬里裘(안득만리구)   어찌하면 만리를 덮을 수 있는 큰 옷 구하여,

蓋裹周四垠(개과주사은)   천지사방을 두루 감쌀 수가 있을까.

穩暖皆如我(온난개여아)   모두들 나처럼 편안하고도 따뜻하여,

天下無寒人(천하무한인)   온 세상사람 모두 추위에 떠는 이 없이 할까나!

 

 

 

 

백거이(772~846):자는 낙천(樂天),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하규(陜西省 渭南縣)사람이고, 현전하는 당시(唐詩) 수 만 편중 3,800여 편이 그의 시로 제일 많이 전하고 있으며, 그를 일러 이두한백(이백, 두보, 한유, 백거이)으로 병칭되는 중당(中唐)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당시로서는 장수에 속하는 75세를 일기로 한 바와 같이 그의 작품세계도 대단히 다양하여 젊어서는 유가적 이상사회사상에 입각하여 당시 사회의 병폐를 예리하게 파헤친 사회고발시를 많이 썼고, 중년에는 취음선생이라는 그의 호에서도 나타나듯 무위자연의 도가사상 심취하여 전원자연시를 즐겨 썼으며, 말년에는 불가에 귀의(향산거사)하여 당시의 불교탄압정책을 풍자한 글을 많이 남겼다.

그의 시는 생전에 이미 널리 애송되어 그의 시를 모르는 당나라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다. 작품집으로 (白氏長慶集)이 있다.

 

주1)구: 겨울옷 구. 두텁고 따뜻한 겨울옷을 말한다.

2)계포: 중국 계림지방에서 생산되는 베.

3)오면: 지금의 江蘇省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솜.

4)준순: 생각에 잠겨 실내를 배회하는 모양.

5)겸제 독선: 맹자 진심장구상편 제9장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옛사람들은 뜻을 얻으면 그 은택이 백성에게 더하여지고, 뜻을 얻지 못하면 몸을 닦아 세상에 드러내니, 窮하면 그 몸을 홀로 善하게 하고, 達하면 천하를 겸하여 善하게 하는 것이다.”(古之人 得志 澤加於民 不得志 修身見於世 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 하였다.

이것에서 이 말을 빌려 온 것 같다.

6)사은: 천지사방. 온 나라를 뜻한다.

 

 

이 시도 역시 시인이 젊어 한창 혈기 방장했던 시절. 사회의 병폐를 파헤치고 살피어 그리고 유가적 이상사회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시인의 젊고 혈기 찬 정의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회 시이다.

120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이 춥고 매서운 엄동설한의 계절에 배고픈 서민의 생활은 별반 다름이 없는 것 같고 이를 안타까이 여겨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발하는 젊고 혈기 넘치는 신진 지식인의 애민정신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