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마인드프리즘

含閒 2011. 3. 30. 10:20

  마인드프리즘






멸치 국물도 먹지 않을 만큼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젊은 처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녀는 채소를 싫어합니다.
고기 먹는 일이 끔찍해서 멀리하는 거지
채소를 좋아해서 채식주의자가 된 게 아니라는 거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합니다.
채식주의자가 채소를 싫어한다?
그럼 결국 속으론 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네, 그럽니다.

밝은 게 싫다고 했더니 ‘그럼 어둠을 좋아하는 거겠네’ 라고
단정지으면, 갑갑합니다.
밝음도 싫지만 어둠이 더 싫을 수도 있고
캄캄한 어둠보다 오히려 어스름하게 밝은 곳을
마음 편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빛을 프리즘에 투과시키면 우리가 육안으로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색깔이 나타나듯 우리의 마음 또한 그렇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을 뿐 그 안에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대해
흑(黑)이 아닌 걸 보니 백(白)이로군, 식으로
넘겨 짚는 것은 폭력적인 동시에 아둔한 일입니다.
그래서 마인드프리즘이 필요하지요.
남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에 대해서도요^^